2년간 장마철 승률 8할 비 오면 더 힘내는 삼성…LG·롯데 차례로 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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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내일 우리 팀의 선발투수는 ‘비’입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프로야구 감독들이 농담 삼아 자주 하는 말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장마철이 돌아왔다. 각 구단 관계자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하늘부터 바라본다. 그러곤 경기가 취소될 경우 팀에 유리할지 불리할지를 따지느라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장마 기간에는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다. 출전 준비를 다 마친 뒤에 갑작스럽게 폭우가 내리는가 하면, 원정에 나선 선수들은 사흘 내내 호텔 방에 처박혀 지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래서 장마철 성적은 순위 판도에 큰 변수로 작용하기도 한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30년간 평균 장마 기간은 6월 23일부터 7월 25일까지였다. 2009년 3위를 달리던 KIA는 이 기간 0.550의 승률로 선두권의 SK(0.478)·두산(0.409)과 간격을 좁혀 정규시즌 역전 1위의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해에는 삼성이 장마철에 21승3패를 하며 4위에서 2위로 뛰어올랐다.

 승패에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므로 장맛비가 특정 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단정짓기는 어렵다. 하지만 판도를 전망할 수 있는 키워드는 있다. 마운드와 부상 선수, 그리고 분위기다.

 장마철에는 투수들이 쉴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 정예 마운드를 가동할 수 있다. 선발진이 탄탄한 KIA와 불펜이 강한 SK·삼성에 유리한 조건이다. 부상 선수가 많은 팀은 회복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택근·이대형 등이 빠져 있는 LG와 최희섭·양현종이 이탈한 KIA에는 반가운 일이다. 반면에 최근 상승세를 탄 팀들은 혹여 분위기가 가라앉을까 걱정이다. 6월 들어 잘나가던 KIA(13승6패)와 삼성(14승7패)이 그렇다.

 특히 주목할 팀은 삼성이다. 2009년 17승5패(승률 0.773), 2010년 21승3패(0.875)로 장마철에 유난히 강했다. 막강 불펜진이 충분한 휴식을 한 덕분으로 풀이된다. 선두 SK를 0.5게임 차로 추격 중인 삼성은 이번 주 타격이 강한 LG와 롯데를 차례로 만난다. 삼성의 철벽 방패와 LG·롯데의 날카로운 창 대결이 될 전망이다.

신화섭 야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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