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전국 상황은 아직 미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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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결승 1국> ○·구리 9단 ●·허영호 8단

제 7 보

제7보(61∼72)=한창 치고 올라갈 때는 프로에게도 승부는 참 재미있다. 누구도 두렵지 않고 강자를 만날수록 전의가 끓어오른다. 그러나 승부사의 인생이 노상 이렇게 신나는 건 아니다. 승부에 목을 매고 살면서도 가끔은 회의에 빠진다. 특히 결정적인 승부에서 삽질을 반복하다 반 집으로 역전당한 뒤엔 바둑 둘 맛이 사라진다. 문득 ‘이기는 건 뭐고 지는 건 뭐냐’ 하는 원초적인 물음에 봉착하기도 한다. 이리하여 행마는 밋밋해지고 돌은 생기를 잃는다. 슬럼프가 찾아온다.

 허영호 8단에겐 이 판을 둘 무렵(지난해 12월)이 한창 치고 올라갈 때였다. ‘구리’란 상대와의 세계대회 결승전은 어릴 때부터 꿈에 그리던 무대였다. 그리고 6개월 뒤인 요즘, 허영호는 슬럼프까지는 아니지만 바둑이 전처럼 풀리지 않아 고통받고 있다. 6개월, 그사이에 정신적으로 무엇이 있었을까. 바둑돌 한 개를 놓을 때 온몸에 전해지는 싱싱함, 이것을 잃으면 프로는 슬럼프에 진입하게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허영호는 최근 9단으로 승단했지만 이 판을 둘 때는 8단이었다).

 61, 62로 서로 살린다. 그러나 하변 흑 두 점은 죽는 운명으로 보인다. 63으로 움직일 듯 모션을 취했으나 갈 길이 너무 막막해 65로 머리를 내밀고 그쪽은 포기한다. 허영호는 대신 67로 중앙을 살리는 것에서 대가를 찾으려 한다. 우하 전투는 하변이 죽어 부분적으로 흑이 실패했지만 전국적으로는 아직 저울추가 기울지는 않았다. 좌변과 상변이 어떻게 결정되느냐.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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