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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수첩] 유아 백신, 유통마진 최고 400%라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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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 첫 아이를 출산한 한희연(서울 강서구·30)씨. 아기의 장염을 예방하려면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주위의 권유로 소아과를 찾았다. 하지만 14만원이나 하는 백신 접종비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2회 접종은 필수인데 빠듯한 살림을 사는 그녀에게는 만만치 않은 금액이었다. 그날 한씨는 아기에게 백신 하나 맞힐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탓하며 하루 종일 집 안에 틀어박혀 있었다.

 영유아 예방백신 접종비가 비싸다는 목소리가 높다. 요샌 필수 예방접종 외에도 폐구균·뇌수막염·로타바이러스성 장염·A형 간염 등 맞아야 할 백신도 많아 접종비가 가계에 주름이 될 정도다.

 첫 돌이 되기 전까지 국가가 권장하는 필수 예방접종비에 들어가는 돈은 아기 한 명당 약 50만원 수준. 여기에 선택 접종까지 포함하면 150만원이 훌쩍 넘는다.

 그렇다면 영유아를 위한 선택 백신의 수입 원가는 얼마나 될까. 로타바이러스성 장염 백신인 GSK의 ‘로타릭스’의 수입 원가는 2만7192원, MSD의 ‘로타텍’은 2만2994원이다. 2만원대의 백신은 제약사에서 대형 의약품 도매상으로, 대형 도매상에서 중소 도매상이나 병·의원으로 유통단계가 길어지면서 값이 몇 배로 뛰어오른다. 접종비는 제품마다, 병원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2~3회 접종 받으려면 소비자는 26만원에서 많으면 30만원까지 지불해야 한다.

 폐렴 예방을 위해 필요한 화이자의 폐구균 백신 ‘프리베나’의 원가는 4만 2949원이다. 그러나 제약사가 병·의원에 공급하는 가격은 이보다 2배가량 높은 10만원이다. 한 번 접종할 때마다 15만원을 내야 하는 폐구균 백신(4회 접종)을 모두 맞으려면 60만원이 들어간다.

 영유아 선택 백신이 비싼 것은 소비자가 비용을 내야 하는 비급여 품목이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 손연진 연구관은 “선택 백신은 민간자율에 맡겨 필수 백신처럼 정부가 대신 구입하는 등 가격을 통제할 수 없다”며 “필수 백신으로 지정해야 하지만 예산이 부족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높은 유통마진이다. 최고 400% 이상인 영유아 선택 백신과 달리 다른 의약품 유통마진은 평균 10%를 채 넘지 않는다. 냉장보관을 해야 하므로 관리비가 높다는 다국적 제약사의 주장을 감안해도 수입가와 병원공급가의 차이는 너무 크다.

 화이자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폐구균 백신 매출이 1000억원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단일 제품으로 매출 100억원을 넘기 힘들다는 제약업계에선 이례적인 실적이다.

 한나라당 손숙미 의원(비례대표)은 “영·유아 예방접종은 부모에게 또 다른 보육 부담이 되고 있다”며 “제약사가 백신 가격을 낮출 수 있도록 정부에서 관련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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