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김영학원서 3억 받고 SK서 30억 받은 이희완 전 국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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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완 전 조사2국장

김영편입학원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사건 수사 과정에서 국세청 고위 간부들의 위세가 얼마나 대단한지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한상률(58·불구속 기소) 전 국세청장이 ‘로비의 종착역’으로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전직 국세청 간부가 기업 자문료로 30억원대의 돈을 받았다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면서다.

 26일 검찰과 학원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말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최윤수)는 김영편입학원 대표 김영택(60)씨가 5년여 전에 세무조사 무마 로비를 벌였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경쟁업체 간부가 중요 제보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영편입학원에 대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실시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당시 7명의 압수수색 대상자에는 한 전 청장의 이름이 적시돼 있었다. 이 사건은 지난 15일 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장 이희완(63)씨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되면서 다시 주목받았다.

 이씨의 혐의는 2006년 김씨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대가로 3억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통상 수천만원 수준인 일반 공무원들의 금품수수 액수와는 큰 차이가 났다. 수사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장의 위세가 대단하긴 대단한가 보다”라는 말이 나왔다.

이씨는 2006년 퇴임하자마자 세무법인을 설립했다. 그는 자신의 세무법인 명의로 SK 계열사 두 곳 등 기업 3~4곳과 자문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그는 SK 계열사에서 월 5000만원씩 30억원가량, 정수기 업체 청호나이스에서 월 500만원씩 3억원, 다른 기업들에서 수억원씩을 받았다. 물론 이씨나 SK는 “정상적인 계약을 체결해 합법적으로 자문료를 주고받았다”며 “문제가 없는 돈”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이는 정상적인 자문료라고 보기 어렵다. 법인 계좌가 아닌 개인 계좌로 받았기 때문이다. 자연히 업계에서는 “현직 때 세무조사를 봐 주고 받은 ‘사후 사례금’이거나 앞으로 세무조사를 받을 경우 현직들에게 청탁해 줄 것을 부탁하며 제공한 ‘장기 보험성’ 로비 자금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자문료 형식을 빌려 거액을 받은 뒤 후배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세무조사 강도를 낮춰 준 것 아니냐는 얘기다. 불과 3개월 전 한 전 청장의 그림 로비 의혹 사건 수사과정에서도 SK와 현대차가 한 전 청장에게 자문료로 6억원을 줬다는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이를 두고 “합법을 가장한 구조적 전관예우”라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법적으론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기소 대상에선 제외했다.

 김영편입학원 사건에서도 한 전 청장은 로비의 최종 종착지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학원 측이 로비에 사용한 자금이 3억원이 아니라 10억원이라는 관련자 진술도 확보해 나머지 자금의 흐름을 쫓고 있다. 당시 한 전 청장은 이씨의 직속 상관인 서울지방국세청장이었다.

 수사 부서가 특수2부라는 점도 관심거리다. 특수2부는 지난 4월까지 한 전 청장이 전군표 전 국세청장에게 승진 청탁과 함께 고가의 그림을 건넸다는 ‘그림 로비’ 의혹 등과 관련해 수사를 진행했지만 의혹 규명에 사실상 실패했다. 한 전 청장과의 2라운드를 시작한 특수2부가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박진석 기자

김영편입학원 사건 수사일지

-2011.4 검찰, 세무조사 로비 의혹에 대한 내사 착수
-2011.5 김영택(60) 대표 등 7명 압수수색영장 받아 수사 본격화
-2011.6.4 김 대표 소환 조사
-2011.6.15 이희완(63)씨, 로비 자금 3억원 수수 혐의 구속
-2011.6.20~24 이씨가 30억원대 기업 자문료 받은 사실 확인
-2011.6월 말~7월 한상률(58) 전 국세청장의 세무조사 무마 개입 여부 수사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장=서울 소재 기업과 개인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두지휘하는 실무 총책임자며 사실상 국내 대기업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세무행정 실권자다. 서울국세청 조사1, 2, 3, 4국 가운데 이씨는 기업과 개인에 대한 정기 세무조사를 총지휘하는 조사2국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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