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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상임감사 절반 이상 ‘C등급 이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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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정부의 공공기관 상임감사 평가에서 절반 이상이 ‘보통 이하’의 성적표를 받았다. 공공기관 감사는 기관장을 견제하고, 방만 경영을 감시하는 자리다. 하지만 전문성 없는 정치인 출신 ‘낙하산’이 집중되는 곳이기도 해 제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왔다. 게다가 ‘낙제점’ 감사에 대한 제재도 기관장에 비해 약해 평가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0년 공공기관 상임감사의 직무수행 실적을 평가한 결과 대상자 52명 중 29명(56%)이 보통(C) 이하의 등급을 받았다. 최우수 등급인 ‘S’를 받은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우수’에 해당하는 A등급은 10곳, ‘양호’인 B등급을 받은 곳은 13곳이었다.

 재정부 김현수 인재경영과장은 “감사 개인의 전문성·윤리성과 함께 감사원·국민권익위원회 등 관련 기관의 평가 등을 토대로 평가단이 심사했다”면서 “지난해 1년의 기간을 대상으로 평가한 것이라 중간에 감사가 바뀐 경우 전임자와 후임자의 평가를 합산해 등급을 매겼다”고 밝혔다.

 실적이 ‘미흡’에 해당하는 D등급을 받은 곳은 대한석탄공사와 국민체육진흥공단·한국연구재단·대한지적공사·중소기업진흥공단·문화예술위원회·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7개 기관이었다.

 상임감사의 평가등급은 기관의 경영평가등급보다 대체로 낮았다. 기관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조폐공사와 도로공사·인천국제공항공사 등의 상임감사는 B등급을 받았다. 또 기관 평가는 B등급이나 상임감사는 C등급을 받은 기관은 방송광고공사·석유공사·주택보증·관광공사·감정원·마사회·가스안전공사·한국거래소·에너지관리공단·예탁결제원·농어촌공사·철도시설공단 등이다. 산업안전보건공단과 소방산업기술원, 사학연금공단 등은 기관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으나 상임감사들은 C등급으로 평가했다.

 기관별로는 공기업 감사가 준정부기관 감사보다 상대적으로 나은 성적을 냈다. 공기업은 19곳 가운데 A등급 6곳, B등급 6곳으로 63%가 양호한 실적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준정부기관은 33곳 중 C등급 16곳, D등급 6곳으로 67%가 보통 이하였다.

 재정부는 이번 평가 결과를 상임감사의 성과급 산정에 활용하고 인사 참고 자료로도 쓸 예정이다. 또 D등급을 받은 상임감사에 대해서는 개선 계획을 받아 이행 실적을 점검한다. 하지만 감사의 경우 기관장에 비해 평가에 대한 민감도나 결과 활용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무엇보다 기관장의 경우 2년 연속 ‘미흡’ 평가를 받으면 해임 건의 대상이 되지만 상임감사의 경우 관련 규정이 없다. 임기가 보통 3년인 기관장과 달리 상임감사의 임기는 대부분 2년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D등급을 받은 기관들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감사가 교체됐거나, 곧 교체될 예정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기관장과 마찬가지로 E등급(아주 미흡)을 받을 경우 해임 건의를 하는 등 평가 결과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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