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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24호 24면

‘헤지펀드의 대부’라는 존 폴슨이 중국 기업에 투자했다가 낭패를 봤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 때 엄청난 수익을 올려 스타가 된 인물이다. 결정타는 지난 2일 홍콩의 리서치 회사인 머디워터스가 낸 보고서였다. 폴슨이 투자한 중국 최대 목재업체인 시노포레스트(자한임업국제유한공사)가 분식회계를 했다는 주장이 담겨 있었다. 회사 측은 분식회계 의혹을 부인했고, 아직 정확한 진상은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보고서 공개 이후 시노포레스트의 주가는 90% 넘게 폭락했다. 이 사건으로 머디워터스의 카슨 블록 대표는 이름을 널리 알렸다.

시장 고수에게 듣는다

투자자들이 이름도 생소한 블록의 주장을 쉽게 믿어 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과거에 분식회계로 호되게 당했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일 것이다. 가까이는 리먼브러더스의 사례가 있고, 그전에도 월드콤·팔마라트 등 여러 기업이 분식회계로 물의를 일으켰다.

더 중요한 것은 ‘중국발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우려다. 2008~2009년 대규모 경기부양책의 산물인 중국 금융권의 부실 채권이 곧 문제를 일으킬 조짐이 보인다. 그런데 중국의 금융 시스템은 별로 안정적이지 못하다. 통화가치는 저평가돼 있으면서 외국 돈과 자유롭게 교환되지 않는다. 정치권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기업들의 회계장부는 별로 믿을 만하지 않다. 이런 기업이 생산성을 최대한으로 높이기는 어렵다.

중국은 위기에 대비한 안전판을 확보하고 있다. 3조 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이다. 그러나 중국은 그동안 금융 시스템의 투명성과 개방성에서 거의 진전이 없었다. 붉은 자본주의의 공동 저자인 프레이저 하위는 “중국은 시장에 기반한 경제라기보다 정치 엘리트에 의한 가족경영 기업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중국공상은행 같은 회사가 기업공개(IPO)를 한 뒤에도 최대주주는 여전히 중국공산당이란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기업공개를 했다고 항상 건전한 기업 지배구조가 뒤따르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투자자들이 중국 기업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야 할 때다. 수면 아래에 있던 문제가 드러나면서 해외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지배구조에 대한 광범위한 재평가를 촉발할 것이다.

사실 이것은 중국 경제의 장기적인 발전에 도움이 된다. 시노포레스트 같은 기업이 매출을 부풀렸다는 의혹에 시장이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중국 경제가 그만큼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중국은 지난 2년간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 소비자들이 물건을 사 주지 않아도 혼자 버틸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하지만 3~4년이 지나도 세계 경제가 회복하지 못하고 소프트패치(일시적 경기 둔화)나 더 나쁜 상황에 빠진다면 어떻게 될까. 중국 경제 전망은 갈수록 흐려지고 있다. 블록이 회사 이름을 머디워터스(Muddy Waters·진흙탕 물)라고 지은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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