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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세금낭비 스톱] 도로보다 1.8m 높아 …‘공중누각’ 된 다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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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공사비 120억원을 들여 준공한 마산자유무역지역의 ‘2교’가 기존의 도로보다 1.8m 높아 1년8개월째 차량이 다니지 못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23일 창원시 마산자유무역지역 정문 오른쪽 220m쯤에 있는 ‘자유무역지역 2교’(이하 2교). 자유무역지역에서 산호동 쪽으로 난 길이 128m, 폭 25m(왕복 6차로)의 다리는 2009년 11월 완공됐지만 1년8개월째 차가 다니지 않는다. 산호동의 4차로와 연결되는 끝부분이 도로 위로 툭 튀어나와 있기 때문이다. 접속도로와 다리의 높이 차는 보통 어른 키보다 높은 1.8m. 공시비만 시민 세금 125억원이 들어갔다. 인근의 식당 주인 이하자(71·여)씨는 “무슨 공사를 저따위로 했노”라며 혀를 찼다.

 이 다리는 옛 마산시가 2006년 마산∼창원·진해를 오가는 교통량 분산을 위해 마산자유무역지역 내부를 지나는 새 도로(자유무역로·옛 봉암해안로)를 개설하면서 나온 협의의 산물이다. 당시 마산시는 신세계백화점에서 자유무역지역 후문을 거쳐 창원으로 가는 중심도로의 교통난 해결을 위해 새 도로 개통을 추진했다. 하지만 자유무역지역 입주기업들은 ‘교통 체증과 주차공간 부족’을 이유로 반대했다. 이에 시는 ‘2교’를 추가로 놓는 조건으로 자유무역지대 관리원과 협약을 맺고 자유무역로를 같은 해 12월 개통했다.

 문제는 공사를 거의 완공할 무렵인 2009년 불거졌다. 다리는 아래쪽 삼호천의 홍수위(해수면 기준 2.03m)를 고려해 홍수위보다 1.8m 높게 지어졌다. 그런데 다리를 연결할 산호동 쪽 접속도로의 높이는 홍수위와 같아 다리와 도로의 높이가 달라진 것이다. 다리가 무용지물이 된 이유다.

 창원시는 대안으로 기존 6차로 접속도로를 높여 다리와 연결하려 했다. 이번에는 주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도로를 높인 뒤 많은 비가 오면 저지대인 산호동 쪽으로 빗물이 역류할 수 있어서다. 또 인근에 주택가와 상가가 밀집해 있어 도로를 2m 가까이 높이면 조망권이 침해받는다는 점도 불거졌다. 이런 까닭에 다리는 2년 가까이 방치됐다.

 더 큰 문제는 ‘2교 실시설계서’에 접속도로 설계 부분은 아예 빠져 있다는 점이다. 다리를 놓으면서 접속도로에 대한 대안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사업을 추진한 것이다. 서보민 창원시 도로과 도로계획 담당은 “설계도 등이 포함된 실시설계 보고서에는 교량에 대한 설계만 있고 접속도로 연결과 관련한 설계는 빠져 있다”고 말했다. 실시설계는 2006년 옛 마산시가 ㈜태영기술단에 맡긴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누구 잘못인지 가리기가 쉽지 않다. 마산시가 창원시로 통합되면서 ‘2교 사업’과 관련한 서류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창원시 관계자는 “서류를 찾을 수 없어 태영 측의 누구와 어떻게 논의했고, 왜 이렇게 설계됐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사태 수습은 통합된 창원시로 떠넘겨졌다. 2월부터 기존 접속도로는 그대로 두고 별도의 2개 출입로(각 130m씩 총 260m)를 연결하는 공사를 하고 있다. 여기에 추가로 또 35억원의 세금이 들어간다. 공사는 다음 달 끝나지만 반쪽 개통이다. 다리에서 접속도로로 나올 때 우회전은 되지만 좌회전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손태화 창원시의회 의원은 “다리를 놓을 자리가 아닌데 접속도로 문제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급하게 추진하다 이런 문제가 생겼다”며 “문제의 원인과 책임을 가리겠다”고 말했다.

창원=위성욱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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