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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의 지구촌 NGO 테마 탐방] ⑤ 오사카 볼런티어협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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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중앙일보
시민사회환경연구소 전문위원
남서울대 교수

“어제 오후 TV에서 보신대로 동북지방에서 가공할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현재 사망·실종자가 수천 명, 고베 지진 때보다 피해가 훨씬 더 큰 것 같습니다.”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다음날인 지난 3월 12일. 일본 오사카시에 위치한 오사카 볼런티어협회 회의실에는 각 연령층의 시민들로 북적였다. 모두들 침통한 표정이다. 다들 자리에 앉자 한 중년여성이 설명을 시작했다.

이날은 오사카 볼런티어협회가 이틀 일정으로 새해 사업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전날 워낙 큰 국가적 재앙이 덮치자 자연스레 그 문제부터 논의를 하게 된 것이다. 설명을 한 여성은 협회 사무국장인 미즈타니(42)였다. 참석자는 15명의 상임운영위원과 직원, 자원봉사 스탭 등 50여 명. 일부 상근직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대학교수·기자·회사원 등 평범한 시민들이다.

미즈타니의 설명이 끝나자 참석자들이 각자 의견을 말하기 시작했다. 여러 의견들이 오가다 결국은 “일단 피해상황과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직원 한 명을 빨리 현지에 보내자”고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는 “다음날 상임운영위원회에서 보다 구체적인 대책을 논의케 하자”며 회의를 마쳤다.

오사카 볼런티어협회는 관료성이 강한 일본사회에서도 가장 역사가 길고 규모도 큰 모범적인 자원봉사 NGO로 소문이 나있다. 평범한 시민들이 힘을 모아 지난 40여 년간 운영해온 단체인데 그 운영 방식이 웬만큼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게 아니다.

“우리 협회는 단체 운영에 무엇보다 시민들의 참여를 중요시 합니다. 현재 상근·비상근 유급직원이 20명 있지만, 더 중요한 사람은 자원봉사자모집·배치·홍보·저널출판 등 각 부서에 배치돼 일하는 120명의 자원봉사 스탭들입니다.”

협회의 상설 의결기관인 상임운영위원회의 노베오까 토시야(50) 회장은 “오사카 볼런티어협회는 말 그대로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시민 볼런티어단체”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러면서 “따라서 모든 사업도 시민들의 시민정신과 의식 계발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며 “단순히 손발로 봉사활동에 나서기 전에 왜 시민이 자발적으로 나서야 하는가,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볼런티어 활동인가를 끊임없이 생각하도록 자원봉사자들을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오사카 볼런티어협회 회원과 자원봉사자 30여 명이 미야기현 게센누마시 가라구와쪼에서 쓰나미에 휩쓸려온 쓰레기들을 수거하고 있다. [사진=오사카볼런티어협회 제공]

오사카 볼런티어협회 정기총회 모습. 평소에는 남녀 동수 15인으로 구성된 상임운영위원회가 현안들을 심의하고 결정한다. [사진=오사카볼런티어협회 제공]


오사카 볼런티어협회는 1965년에 창설됐다. ‘볼런티어’라는 단어가 일본 국어사전에도 올라 있지 않았던 시절, 일반 시민들이 스스로 사회변화를 창조하자는 뜻에서 교수·회사원·퇴직자들이 모여 단체명을 그렇게 정했다. 자원봉사 전문단체로는 일본 최초였다.

그로부터 46년, 오사카 볼런티어협회는 자원봉사 시민정신을 일본 땅에 뿌리며 수많은 모델사업을 전개했다. 볼런티어 활동 안내는 물론, 코디네이터 양성, 정기 시민강좌, 월간지 『Volo』 발간, NPO 육성 지원, 기업 컨설팅, 정책연구 조사사업 등등. 지난 1995년 고베 지진 때는 현지에 임시센터를 설치하고 무려 2만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을 안내하고 배치했었다.

이번의 대지진은 워낙 거리가 멀어 주로 유급직원들이 현장에 머물고, 일반 봉사자들은 20~30명씩 두 차례 버스로 실어 보냈다. 지난 6월 10일부터 13일까지 두 번째로 보낸 지진 긴급구호 ‘볼런티어 버스’는 특히 기업의 사회공헌 담당자들과 NPO 멤버들로 조직했다.

“미야기현 센다이시에서 세 시간 떨어진 가라구와쪼 항구에서 비가 내리는 가운데 쓰레기를 치웠습니다. 다음날은 어시장에서 124개의 컨테이너를 닦아내고, 개인 소유의 밭 등지에 흩어져 있는 표류물들을 치웠죠. 정말 열심히들 했습니다. 거리만 가깝다면 이런 볼런티어 버스를 현지에 자주 보내 더 많은 지진 피해자들을 돕고 싶습니다만….”

미즈타니 국장은 “고베 지진 때보다 더 크고 참혹한 피해를 당한 현장을 보면서도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어 우리 자원봉사자들이 모두 안타까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단체의 운영재원은 민간 후원금과 직원들의 NPO와 기업에 대한 컨설팅비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정기 회원은 연 5천 엔씩을 내는 600여 명의 개인과 35개 기업들로 구성되어 있다. 모두가 볼런티어 분야 전문가들인 직원들은 외부 강의료, 간행물 판매, 기업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기업의 사회적 책임) 컨설팅 수익금 등 다양한 수익사업을 펼친다. 정부 지원금은 불과 20% 정도다. 따라서 정부가 개입하고 간섭할 여지가 없다. 오히려 공무원이 이 협회에 연수생으로 파견되어 자원봉사에 대해 연구하는 경우도 있다.

오사카시는 2002년 협회가 현재의 3층 짜리 건물인 NPO플라자의 1층에 입주하고 건물 관리까지 하도록 부탁했다. NPO 회관인 건물에는 협회 외에도 30개의 다양한 민간단체들이 입주해 있다.

이창호 중앙일보 시민사회환경연구소 전문위원·남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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