롬니·바크먼·헌츠먼 ‘레이건 따라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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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존 헌츠먼(Jon Huntsman) 전 중국 주재 미국대사가 21일(현지시간) 차기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헌츠먼은 이날 뉴욕 ‘자유의 여신상’ 바로 앞인 뉴저지 리버티 공원에서 “미국은 지금 희망 그 이상의 무언가를 가진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전에 뛰어들었다. 이로써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에 대적할 주요 공화당 후보들의 라인업이 사실상 완료됐다. 세라 페일린(Sarah Palin) 전 부통령 후보만 여전히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암행 중이다. 2012년 11월 대선을 향한 레이스가 본격화한 것이다.

 헌츠먼이 대선 출마 선언 장소로 선택한 리버티 공원은 1980년 9월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 전 대통령의 출사표 장소였다. 레이건 정부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헌츠먼이 의도적으로 레이건의 이미지를 자신에게 투영시키려 한 것이다. 올해 레이건 암살 미수 30주년을 맞아 레이건의 ‘소통 리더십’이 주목받으면서 레이건이 공화당 후보들의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경제 침체기에도 국민들에게 희망을 잃지 않게 한 레이건의 리더십이 현 상황에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13일 진행된 첫 공화당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롬니와 바크먼이 레이건을 연상시키는 화법을 구사해 유권자들로부터 후한 점수를 얻었다는 분석이 많았다. 오바마도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패배 후 “위대한 소통자였던 레이건을 본받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여론조사에서 미트 롬니(Mitt Romney)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미 정치전문 웹사이트인 리얼클리어폴리틱스닷컴이 갤럽 등 미국의 9개 주요 여론조사기관 조사를 평균한 결과, 롬니는 24.4%의 지지를 얻었다. 기업가 출신의 롬니가 해결사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뒤를 이어 페일린(16.0%)과 루돌프 줄리아니(Rudolph Giuliani) 전 뉴욕시장(11%) 순이었다. 미셸 바크먼(Michele Bachmann) 연방 하원의원은 최근 공화당 토론회에서 딱 부러진 보수진영 지도자 이미지를 각인시키며 부상하고 있다. 미 정치 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설사 바크먼이 롬니에 진다 해도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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