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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옷만 입어! 윔블던의 명령, 그래도 튀는 선수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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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왼쪽부터 1985년 대회의 앤 화이트, 2007년의 골로뱅, 2008년의 샤라포바, 2008년의 세리나 윌리엄스.


윔블던 테니스대회에는 보는 재미가 두 가지 있다. 134년의 보수적인 전통, 그리고 그걸 지키는 듯하면서 살짝 비켜가는 젊은 선수들의 위트다.

 윔블던을 주관하는 ‘올잉글랜드 론 테니스 앤드 크로켓 클럽’은 선수들이 반드시 흰색 옷을 입도록 규정하고 있다. 1877년 시작해 올해 125회째를 맡는 윔블던이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는 보수적인 전통이다.

 그런데 1980년대 이후 ‘반항아’들이 속속 등장해 재미를 더하고 있다. 85년 앤 화이트(미국)는 온몸에 딱 달라붙는 라이크라 운동복을 입고 나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흰색의 캣우먼 복장, 혹은 내복을 생각하면 된다.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역대 윔블던에서 화제가 된 패션을 모은 ‘윔블던의 패션 보고서’라는 칼럼을 지난 19일(한국시간) 게재했는데, 화이트의 복장이 가장 먼저 거론됐다.

 앤드리 애거시(미국)는 88년부터 3년간 윔블던 출전을 거부했다. 잔디코트 성적이 좋지 않기도 했고, 윔블던의 드레스코드에 대한 반항도 있었다. 2007년에는 타티아나 골로뱅(프랑스)이 흰색 미니스커트 안에 새빨간 속바지를 입고 나왔다. 치마가 날리면서 빨간색이 드러나자 대회 주최 측이 이를 문제 삼았고, 갑론을박 끝에 규정위반은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났다. 2008년 마리야 샤라포바(러시아)는 턱시도 스타일의 민소매 상의와 짧은 반바지를 입었다. 샤라포바는 당시 “흰옷을 입으면서 남들과 달라 보이기가 쉽지 않아서 이 옷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해 세리나 윌리엄스(미국)는 흰색 레인코트를 걸치고 나왔다.

 올해는 비너스 윌리엄스(미국)의 흰색 점프수트(상·하의가 통으로 붙은 옷)가 화제다. 어깨 부분은 그리스 여신처럼 나풀거리고, 등 부분은 훤하게 파였다. 이 옷을 직접 디자인한 윌리엄스는 “놀라움을 주려고 노출을 했다. 난 늘 재미있는 시도를 한다”고 말했다.

 한편 22일 끝난 윔블던 남자 단식 1회전에서는 우승 후보 로저 페더러(스위스·세계랭킹 3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2위)가 나란히 승리를 거뒀다.

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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