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전문선생님이 되고 싶어요'-서울교대 합격 김훈태군

중앙일보

입력

"대학을 마치게 되면 저처럼 신체적 장애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장애인 전문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서울교대 특차 전형에서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신체검사에서 불합격됐다가 24일 합격증을 되찾은 김훈태(18)
군.

여드름이 가득한 고교 졸업생의 평범한 얼굴이지만 한편엔 이번 일로 겪어야 했던 마음 고생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있다.

"6살 때 백내장 수술을 하면서 왼쪽 눈의 시력을 완전히 잃었습니다."

"하지만 오른쪽 눈의 시력이 1.2로 정상이어서 학업에는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며 "친구들도 직접 말해주기 전엔 눈치채질 못할 정도"라고 왼쪽눈의 시력을 잃고 살아온 그동안의 사정을 이야기했다.

오히려 김군의 학창생활은 정상인 못지않게 활발했다는 게 가족들의 회고.

새해 첫날인 1월1일에 동해안에서 인천까지 도보여행을 한 것만도 다섯 번. 또 배문고 재학 3년동안 밴드부에서 클라리넷을 다룰 만큼 과외활동에도 열심히 참가했다.

교사에의 꿈을 키우기 시작한 것은 이보다 훨씬 전인 서울 용산에 있는 금양초등학교 6학년때부터.

"시력으로 남모르게 고민하던 저를 특히 많이 보듬어 주신 담임선생님을 보고 나도 커서 자라면 선생님과 같은 훌륭한 선생님이 되어야 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러나 왼쪽 눈이 항상 마음에 걸렸던 게 사실이라고 김군은 고백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는 혹시나 하고 공무원 임용기준을 들춰 "한쪽눈의 시력만이라도 0.3을 넘기만 하면 된다"는 사실을 확인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교대에 합격하고도 뜻하지 않은 신체검사에서 탈락,교사에의 꿈은 영영 멀어지는 줄 알았다.

"어렸을 때부터 간직해 온 교사의 꿈이 곧 이루어지는 줄 알았는데 신체검사에서 불합격처리됐다는 소식을 처음 접하고는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아들의 모습이 안쓰러웠던 아버지 김종원(46)
씨는 '장애우 권익문제 연구소' 문을 두드렸다.

연구소 간사의 주선으로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검찰에 고소하기에 이르렀고,학교측이 입장을 바꿔 합격하게 된 것.

서울교대는 24일 교수회의를 열어 김군을 합격시키기로 했다.

아버지 김씨는 "미성년 아들과 법정에까지 가고 싶진 않았지만 부당한 것에 대해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싶었다"고 고소 제기의 배경을 설명한다.

대학생이 된다는 꿈에 한껏 부풀어 있는 김군은 "얼굴도 뵌 적이 없는 많은 분들로부터 이렇게 많은 도움을 받을 줄 몰랐다"며 "나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았다.

Cyber중앙 이범준 기자<bumj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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