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은행 주식병합 나서나

미주중앙

입력

한미은행이 연례 주주총회 일정과 안건을 공지하며 우리금융지주와의 계약 결렬에 따른 후속조치에 나섰다. 특히 주식병합 여부와 비율 시기를 결정할 권한을 이사회에 주는 안건이 올라 주목된다.

한미는 17일 장 마감 뒤 연방증권거래위원회(SEC)에 등록한 관련 서류(PRE14A)를 통해 주주들에게 오는 8월17일 오전 10시30분 윌셔그랜드호텔에서 2011년도 주주총회를 갖는다고 밝혔다.

주총에는 7명의 이사진에 대한 재신임 등 총 5개 안건이 포함됐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은행이 내년 7월말 전에 주식병합을 해야 한다고 판단할 경우 이를 즉각 시행할 수 있는 권한을 이사회에 부여하는 안건이다. 이를 통해 필요할 때 곧바로 주식병합을 실시할 수 있도록 주주들의 승인을 먼저 받아 두겠다는 것이다. 병합 비율은 상황에 맞춰 이사회가 결정하는데 최소 2대1에서 최대 20대1까지 가능하다.

현재 주가가 1달러 초반대에 머물고 있어 기관투자자 등에 어필하지 못하는 상황을 주식병합을 통해 타개하고 필요 이상으로 많은 수의 주식을 관리하는 데 따른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은행의 설명이다.

이 안건은 한미가 지난 15일 우리금융과의 주식 인수계약을 공식적으로 종료한 이후 내놓은 첫번째 움직임이다.〈6월16일자 A-1 G-1면> 우리금융 투자 무산 발표 이후 한인은행권에서는 한미가 곧 증자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감독당국이 요구한 수준을 충족하는 자본비율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영업 정상화와 수익 확대를 위해선 또한번의 증자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추가로 증자에 나설 경우 1달러 수준에 있는 현재의 주가로는 신주 발행가 역시 너무 낮게 책정될 테고 이미 지나치게 많은 주식 수를 더 늘리게 되는 부담도 따른다. 한미의 발행 주식수는 지난 해 7월 1억2000만달러의 증자 이후 5000만주 수준에서 1억5000만주로 3배 가량 늘었다. 또 투자기관들은 낮은 가격대의 주식에는 투자를 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결국 주식병합을 통해 주식수도 줄이고 가격도 높아 보이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한미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시기를 정해놓은 것은 아니다"라며 "주식병합의 필요성은 작년 증자부터 나온 것이고 필요할 경우 즉각 움직일 수 있는 준비를 해두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17일 한미의 주가(심볼:HAFC)는 전일 종가 대비 2.94%(3센트) 오른 1.0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주식병합(Reverse Stock Split)

여러 개의 주식을 합쳐 발행 주식수를 줄이는 행위를 말한다. 하나의 주식을 여러 개로 나누는 주식분할의 반대개념이다. 회사의 가치에는 변함이 없지만 주식 수가 줄어들게 되니 회사 입장에서는 주주 관리 비용이 줄게 된다. 최근으로는 씨티그룹이 지난 달 6일자로 10대 1 비율의 주식병합을 실시했다.

염승은 기자 rayeom@koreadaily.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