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에 뺨맞고 보금자리주택에 울고

조인스랜드

입력

[도시개발신문 제공기자]


(장면#1)지난 2일 목요일 강동구 고덕초등학교. 강동구가 주최한 한 단독주택재건축 구역의 사업설명회에는 해당되는 많은 주민들이 몰렸다. 사업에 대해 찬반 논쟁이 뜨거울 것으로 예상됐지만 분위기는 의외로 차분했고 사업 진행 여부 보다 주민들이 관심 있는 것은 사업지 바로 옆 5차 보금자리 주택이 선정된데 따른 후폭풍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이 지역은 워낙 낙후된 곳이어서 하루 빨리 사업이 진행돼야 하는 곳이지만 동네 바로 옆에 시세보다 값 싼 보금자리 주택이 들어온다고 해서 주민들이 일반분양 등 사업성 악화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면#2)과천시 별양동 주공2단지 주민들은 지난달 보금자리 주택이 발표된 이후 단지내 주민회관에서 모임을 갖고 주변 지식정보타운에 들어서게 될 5차 보금자리 주택에 대한 성토의 시간을 가졌다. 지금 재건축을 하더라도 분담금이 만만치 않게 나올텐데 보금자리주택이 들어서면 안그래도 지지부진한 재건축이 커다란 암초를 만난 것이라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과천시에 항의 방문해 보금자리주택을 취소시키자는 강경한 목소리도 나왔다.

이처럼 정부의 5차 보금자리 주택 발표가 해당 지역의 재개발, 재건축을 가로막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에 발표된 강동구 고덕, 강일3, 강일4, 과천지식정보타운 등 해당지역은 강남 지역을 제외하고는 가장 뛰어난 입지를 자랑하고 있는 지역이다. 또한, 주변에 대단위 재건축 단지들이 위치하고 있어 해당 재건축 사업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5차보금자리주택 주변 재건축 사업 수익성 우려

5차보금자리주택이 재건축 사업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것은 주변시세의 75%에 85% 수준에서 결정된 값싼 분양가 때문이다. 현재 강동구 강일동 리버파크의 경우 3.3㎡당 1500만원~1600만원 사이에 시세가 형성되고 있어 고덕, 강일3, 강일4 지구의 분양가는 1100만원에서 1300만원 사이에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기도 과천의 경우는 주변 시세가 3.3㎡당 2500만원 정도로 분양가는 1900만원에서 2100만원 사이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강동지역 재건축 단지의 경우 현재 3.3㎡에 평균 2000만원 정도로, 과천의 경우 3000만원 이상을 일반분양가로 예상하고 있었다.

특히 강동구 재건축 단지의 경우 미사지구, 감북, 감일, 초일동 등 보금자리 주택 홍수에 이어 이번 보금자리 주택으로 사업에 직격탄을 맞게 됐다. 현재 고덕주공아파트 재건축단지, 고덕시영아파트, 고덕1,2,3 단독주택재건축단지 등의 주민들이 사업이 불가능하게 됐다며 집단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강동구 주민들 보금자리지구 지정 취소 요구

강동구는 이러한 주민들의 반응에 보금자리지구 지정 취소를 서울시에 요구하고 나섰다. 강동구는 고덕지구와, 강일 3,4지구에 대한 지정 철회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지구지정에 대한 주민열람 공고도 취소했다. 현재 강동구에는 강일 1?2지구에 1만여채의 서민주택이 공급된 상태이며 5차보금자리가 조성되면 서울시 전체 임대주택 중 7.5%를 강동구가 보유하게 되는 상황에 맞딱드리게 된다.

주민들의 움직임도 구체화되고 있다. 고덕지역 재건축 단지에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까지 합세해 ‘강동구 주택정비사업연합회’를 구성해 보금자리 주택 지정지구 철회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연합회는 “사업수익성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보금자리주택까지 들어선다면 사업은 표류할 수 밖에 없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 “첨단 산업시설이 들어와도 모자랄 판에 그린벨트에 또다시 주거단지가 조성된다면 강동구의 발전은 요원해 질 것이다. 차라리 후손을 위해 녹지공간으로 남겨두는 것이 낫다”고 밝혔다.
과천시도 조합과 추진위 별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과천시의 경우 1만세대가 새로 공급될 경우 재건축 자체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과천시의 경우 주공 1, 2, 6, 7 단지가 재건축 정비계획을 수립 중이다.

과천시 자체에서는 이러한 주민들의 반발을 고려해 국토부에 보금자리 주택을 1000세대 이상 줄이는 방안을 내놓고 시장충격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이같은 보금자리 주택 지구지정 반발 움직임에 대해 5차 보금자리 주택이 철회되거나 수정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 공언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불균형한 주택 공급을 위해 유망한 지역의 보금자리 주택은 계속 늘어나야 한다. 강동구의 지구지정 철회 요구나 과천시의 세대수 조정 등의 방안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는 대상”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한편, 부동산 시세업체 등에 따르면 5차 보금자리 주택 발표 이후 강동구와 과천시 재건축 아파트의 시세는 다른 지역에 비해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저작권자(c)중앙일보조인스랜드. 무단전제-재배포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