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락가 봉춤은 잊으세요 … 50개국서 즐기고 세계대회도 열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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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재동 핀업스타 폴댄스아카데미에서 폴댄스를 익히는 여성들. 조용철 기자

섹시한 옷을 입은 여인이 봉을 잡고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춤을 춘다. 영화에서 접할 수 있는 스트립바의 모습이다. ‘봉춤’이라 불리는 이 춤이 폴댄스(Pole Dance)라는 이름으로 스포츠의 영역에 진입했다.

봉춤의 기원은 1920년대 미국의 스트리퍼들이 중국 서커스단의 봉 묘기를 보고 따라 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봉춤은 2차 세계대전 때 군인들을 위한 위문공연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후 미국을 넘어 유럽까지 세를 확장했다.

봉춤이 어두운 밤골목을 빠져 나온 건 1994년이다. 피트니스트 포니아 먼데이(36·캐나다)가 봉을 운동과 접목시켰다. 먼데이는 봉춤의 섹시함에 예술성과 기술 요소를 결합해 운동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폴댄스라는 명칭도 붙였다. 현재 50여 개국이 협회를 만들어 폴댄스를 보급하고 있다. ‘여성 스포츠의 경우 3개 대륙에서 40개국 이상이 즐겨야 한다’는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 조건을 훌쩍 뛰어넘었다.

국내에서도 폴댄스는 서서히 성장하고 있다. 폴댄스가 들어온 것은 2008년. 윤보현(29) 폴댄스코리아 원장이 서울 양재동에 핀업스타 연습실을 차렸다. 윤 원장은 “미국 여행 중 폴댄스를 처음 접했다. 아름답고 힘이 넘쳤다”며 폴댄스와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무용을 전공한 윤 원장은 폴댄스를 배우려 했지만 당시 국내에는 폴댄스가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일본으로 건너가 배운 뒤 폴댄스 보급에 앞장섰다.

윤 원장은 “처음엔 인식이 좋지 않았다. 스트리퍼의 춤이라는 고정관념이 강했다. 그러나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고, 건강한 운동이라는 인식이 생기며 회원이 늘었다”고 말했다. 대한폴댄스협회에 가입한 회원은 300명이 넘고, 2008년 한 개뿐이던 연습실도 10개나 더 생겼다.

“젊고 힘있는 사람만 즐기는 운동이 아니냐”는 질문에 윤 원장은 손사래를 쳤다. 그는 “미국의 병원에서는 100㎏가 넘는 고도비만 환자에게 폴댄스를 처방하기도 한다. 폴댄스는 러닝머신보다 운동 효과가 3배나 높아 다이어트에 좋다. 나이 드신 분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운동”이라고 답했다. 아이를 낳은 뒤 급격히 살이 쪘다는 김훈영(43)씨도 연습실을 찾아 폴댄스를 배우고 있었다. 김씨는 “출산 이후 여러 운동을 해 봤지만 재미가 없어 그만뒀다. 폴댄스는 한 달 정도 배웠는데 혼자 즐기면서 할 수 있어 좋다. 살도 2㎏ 정도 빠졌고 근육도 붙었다”고 말했다.

수준이 높아지면 대회 참가도 가능하다. 폴댄스코리아는 11월 ‘미스 폴댄스 코리아’를 개최한다. 이 대회 우승자는 2009년부터 시작된 ‘월드 폴 스포츠 피트니스 챔피언십’ 참가 자격을 얻는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폴댄스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시범 종목으로 채택하자’는 서명운동도 벌이고 있다.

윤 원장의 꿈도 올림픽 무대에 국가대표 감독으로 서는 것이다. 그는 “복싱과 펜싱도 어두운 곳에서 발전했다.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되면서 건강한 스포츠가 됐다. 폴댄스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인식이 바뀌면 뛰어난 아이들이 나올 수 있다”며 희망을 이야기했다.

김민규 기자 gangae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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