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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진 국격에 맞게 전향적으로 심사할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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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호 16면

한국에서 첫 난민 인정을 받은 사례는 2001년.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난민 인정을 받은 사람은 총 250명이다. 지금까지 심사를 마친 2676명의 9.3%다. 미국(33%), 캐나다(40%) 같은 난민정책 선진국에 비하면 난민인정률은 턱없이 낮다.국내 250명의 난민 인정자 중 74%인 185명이 최근 3년간 판정 받은 사람이다. 지난해 6월에는 아시아 최초로 난민 인정자에게 귀화를 허가해 유엔난민기구(UNHCR)에서 호평을 받기도 했다. 한국 난민 정책의 변화가 감지되는 대목이다.
지난 15일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석동현(연수원 15기·사진) 검사장을 만나 앞으로의 난민 정책에 대해 들어봤다. 서울고검 재직 시절 논문집 '국적법 연구'를 출간한 석 본부장은 검찰 내에서 출입국·국적 분야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다음은 석 본부장과 일문일답.

석동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난민인정률이 최하위라는데.
“미국·캐나다·호주 같은 난민 정책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난민 정책의 역사가 짧다. 1992년에 난민 협약을 비준했지만, 실제로 난민을 제대로 받아들인 것은 최근 3년간이다. 2000년대 초반에만 해도 난민 판정에 인색했다. 변화에 주목해 줬으면 한다.”

-현행 난민 신청 절차에서 문제점은.
“우선 난민 심사기간을 단축해야 한다. 그동안 2008년까지 쌓인 난민 심사 사건들을 빨리 처리하는 데 주력했다. 최근에는 난민 신청한 지 1년이 지나면 취업허가를 주는 등 심사기간이 늘어져 난민들의 생계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는 심사 기간을 6개월로 줄이고자 한다.난민 관련 법규가 미흡한 것도 사실이다. 현재 출입국관리법에 10개 정도 조항이 있는데, 난민의 권리를 포괄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선진국에 비해 부족함이 있다.”

-난민들을 위한 전담 인력도 없는데.
“본부에 3명,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에 3명 등 6명이 난민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우선은 전국 각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있는 난민 담당 인력을 모두 서울사무소로 모아서 심사를 전담하게 하려고 한다. 장기적으로는 인원을 늘리고 독립된 난민과를 설치했으면 한다.”

-난민 신청자들은 자녀 교육이나 의료 혜택에서 제한을 받는다.
“비단 난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18만 불법체류자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자녀는 체류 신분에 상관없이 아동으로서 권리와 학습의무가 있다. 보건복지부와 함께 난민들의 유치원생 자녀 교육비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운용의 묘를 살려 미성년 자녀가 있는 불법체류자들의 경우 자녀들이 중등교육을 마칠 때까지는 강제퇴거를 집행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자녀가 있는 부모에게 합법적 체류 자격이나 취업비자를 부여하는 등 급진적인 주장에 대해서는 법 적용의 원칙상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난민 신청자에 대한 의료·생계비 지원의 경우 재정적 부담으로 시행이 어렵다. 난민 인정자들이나 저소득층 국민조차도 만족스러운 의료·생계 지원을 못 받고 있다.2013년 상반기 중 영종도에 외국인 지원센터가 들어서면 이런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될 것으로 본다. 난민 신청자 등 취약 계층 외국인들이 숙식과 함께 의료·교육 등을 해결할 수 있는 개방형 시설이다.”

-난민 제도가 불법체류 연장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는 없나.
“난민 신청은 입국 즉시 하는 것이 맞다. 자신의 나라에서 정치·종교 등의 이유로 박해를 당해 온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용허가제 등 다른 방편으로 와서 체류하다가 난민 신청을 하는 경우에도 차별 없이 난민 협약상 인정 요건에 해당되는지를 심사하고 있다. 하지만 반복적 난민 신청을 하거나 명백히 불법체류를 연장하려는 외국인들에 대해서는 신속히 기각하는 신속처리제도를 도입하려고 한다.”

-향후 난민 정책의 방향은.
“높아진 국격에 맞게 전향적으로 난민 판정을 하려고 한다. 유엔 난민협약상 경제적 이유로 조국을 탈출한 ‘경제적 난민’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지만, 경제적 이유와 정치적 이유가 맞닿아 있는 등 경계가 모호한 난민들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인정해 주려고 한다. 자녀의 학습 문제, 보육 문제 등 난민 신청자들의 처우 역시 개선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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