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의 금요일 새벽 4시] “사진 일부 잘못 잘렸는데요” … 지적한 독자님, 고맙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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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이지만 기자란 직업이 정신건강에 그리 좋은 편은 아니라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무슨 일이든 척척 해내는 것 같은 사람을 인터뷰하고 났을 때 그런 생각이 들곤 합니다. 대상이 젊은 친구일 때가 특히 그렇습니다. 지금껏 나는 뭐 하고 살았나 돌아보게 되거든요. 이번 주에 인터뷰한 코너 우드먼이 딱 그런 경우입니다. 보통 사람은 엄두도 내기 힘든 세계일주를 떠난 것도 부러운데, 세계 여행을 하면서 돈을 쓰기는커녕 되레 벌어왔다니 놀랍기만 합니다. 대학 다닐 때부터 장사를 해서 제법 큰돈을 벌었고, 집 거래에서도 종잣돈을 두 배로 불렸다니 돈 버는 재주는 타고났나 봅니다. 게다가 이 친구, 책을 읽어보니 글까지 잘 씁니다. 기사 마감 뒤 에디터에게 한탄 조로 “우린 뭐 하고 살았는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한마디 하십니다. “너나 나나 ‘NATO(No Action Talking Only)족’ 아니냐. 그 친구 말마따나 일단 뭘 저질러야 성공이든 실패든 하지.” 행동(Action)은 안 하고, 말(Talking)만 한다…. 듣고 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네요. 에디터, 그럼 저는 빼주십시오. 그냥 조용히 하던 일이나 하며 ‘가늘고 길게’ 살겠습니다. - 김선하

◆제 사진값은 적게는 몇 천원부터 많게는 수백억원이 넘기도 합니다. 촬영에 쓰인 소품 값으로 사진의 값어치를 따진다면 말입니다. 오렌지색 나비넥타이, 탐스 아기 신발 한 짝, 후배가 책상 위에서 키우는 작은 화분 하나, 시리얼 상자, 자블라니 축구공, 폴 스미스 자전거, 라이카 M6 카메라, 신중현의 팬더 기타, 인피니티 컨셉트카 에센스, KF16 전투기…. j에서 제가 찍은 인물사진에 등장했던 소품들입니다. 나비 넥타이를 사용한 사진이 2000원, KF16 전투기를 등장시킨 사진은 400억원입니다. 기왕이면 저희 스튜디오로 가져오면 좋겠다는 말씀은 차마 드리지 못했지만, 윤제균 감독을 만나기 전 인터뷰 장소에 3D 카메라를 준비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약속 장소에는 2개의 카메라와 이를 직각으로 연결하는 리깅(rigging) 장치로 이뤄진 3D 카메라 두 대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대당 가격은 10억원이 넘어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아바타’를 찍을 때 쓴 것보다 비싸다지요. 그럼 이 사진은 20억원짜리가 됩니다. 아줌마처럼 신나게 수다를 떠는 제게 듣다 못한 후배가 한마디 합니다. “그 카메라 하루 임대료가 1000만원이라니 2000만원 내세요. 근데 누가 그 사진을 20억원에 사려나.” - 박종근

(왼쪽) 6월 11일자 지면에 실린 이미지. (가운데) 배경 지우기 전. (오른쪽) 배경 지운 후.

◆독자들의 내공과 애정에 다시 한번 깜짝 놀랐습니다. 지난주 이 코너에서 ‘잘난 척’을 좀 했더랬지요. 커버 스토리였던 007 기사 사진에서 ‘모터바이크’ 바큇살 주변 배경을 없애느라 고생했다고 말이죠. 신문이 나간 뒤 곧바로 메일이 날아왔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실수가 보이네요. 뒷바퀴 일부가 잘렸는데요.” 허걱,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신문을 펼쳤습니다. “오 마이 갓!” 독자의 지적은 사실이었습니다. 바큇살 주변을 지우다 체인 커버 부분을 배경인 줄 알고 통째로 날린 겁니다. 팀원들도 당황하는 기색입니다. “이걸 어떻게 못 봤지?” 앞으로 더 진지하게, 더 꼼꼼히 만들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그때 에디터가 제안을 합니다. “다음 주부터 틀린 것 지적하는 독자들에게 선물을 주는 코너를 신설하면 어때? 비용은 실수한 사람이 부담하고. 다들 자신 있지?” - 김호준

j는 사람의 모습입니다

사람신문 ‘제이’ 54호

에디터 : 이훈범 취재 : 김준술 · 성시윤 · 김선하 · 박현영 기자
사진 : 박종근 차장 편집·디자인 : 이세영 · 김호준 기자 , 최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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