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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MB노믹스, 버려야 할 것과 지켜야 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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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동네북이 됐다. 재·보선 이후 여야를 가리지 않고 무조건 바꾸고 보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한나라당은 그제 소속 의원들의 앙케트 조사를 통해 소득세·법인세의 추가 감세를 사실상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친박계와 신주류를 중심으로 “경제 지표는 좋은데 서민들이 따스한 온기를 느끼지 못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MB노믹스가 신성불가침(神聖不可侵)의 성역은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747 공약(7% 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7대 강국 진입)은 오래 전에 폐기처분됐다. 대운하는 4대 강 정비로 축소됐고, 반값 아파트는 임대 주택으로 방향을 틀었다. 공기업 민영화도 2008년 촛불 사태 이후 유야무야됐다. 여기에다 정치권이 입법권을 무기로 감세까지 철회하면 MB노믹스는 사실상 파산선고를 받는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MB노믹스를 무조건 타도 대상으로 삼는 것은 곤란하다. 규제 완화와 시장 중심의 경제 원칙은 정권 차원을 뛰어넘어 반드시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다. 사회 양극화도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통해 풀어야지, 나랏돈을 퍼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법인세 인하는 원래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제기된 이슈다. 대기업을 향한 중소기업과 서민들의 적대감을 부추겨 함부로 감세 철회를 결정할 일이 아니다. 균형 재정을 통한 재정 건전성 강화도 반드시 지향해야 할 목표다.

 MB노믹스를 뒤집는 쪽을 살펴보면 철학과 논리를 찾기 힘들다. 대안이나 청사진은커녕 “민심 이반이 심각하다. 청와대 거수기 노릇은 이제 끝”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표(票)를 쫓는 야당은 선심성 카드를 쏟아내고, 집권 여당마저 무책임하게 포퓰리즘 경쟁에 가세해 혼선을 빚고 있다. 감세 철회조차 표결이 아니라 설문조사라는 편법을 동원하는 형편이다. 아무리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있더라도 이런 식이라면 나라 자체가 제대로 버텨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정도다.

 MB노믹스도 보완하거나 수정할 대목이 적지 않다. 현실성이 사라진 반값 아파트나 메가뱅크 정책 등은 폐기되는 게 옳다. 하지만 경쟁 촉진과 시장 원리, 법인세 감세 등은 반드시 지켜내야 할 것이다. 감세와 재정 확대를 통해 생산과 소비가 늘면 중소기업과 저소득층에도 도움이 된다는 ‘트리클다운 효과’ 역시 좀 더 시간을 두고 검증해볼 대목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부터 일자리가 늘고 소득 양극화가 서서히 완화되는 추세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 않은가.

 중대 선거를 앞두고 정책 차별화가 필요할지 모른다. 하지만 무조건 반대를 위한 반대는 경계해야 한다. 정치적 호불호(好不好)와 우리 경제의 운명이 걸린 정책기조를 구분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시장 원리를 흔들거나 추가 감세를 철회하는 것은 정권의 성격을 좌우하는 중대 사안이다. 아무리 정부가 마음에 안 든다 해도 MB노믹스의 근간까지 무리하게 흔들어선 안 된다. 정치권이 민심이나 국민정서를 내세워 쪽박까지 깨는 잘못은 범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