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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클라우드 멈추자 징가·포스퀘어 11시간 먹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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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올 4월 21일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 ‘EC2’가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탓에 EC2를 쓰는 징가·넷플릭스·포스퀘어 사이트가 마비됐고, 최대 11시간이나 ‘먹통’ 신세를 겪었다. 이날 사고는 클라우드가 가진 약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외신들은 “클라우드 컴퓨팅이 죽은 날”(포브스)이라며 클라우드의 안전성을 의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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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안 문제는 클라우드의 아킬레스건이다. 클라우드는 이용자의 데이터를 서비스 제공자 쪽으로 이전하는 걸 본질적 속성으로 한다. 보안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이 같은 속성 때문에 “클라우드는 자신의 정보에 대한 ‘통제권(control power)’을 잃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실제 EC2에 장애가 생겼을 때 아마존은 8시간 넘게 아무런 공지를 안 했고, 고객들은 영문도 모른 채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클라우드는 크게 프라이빗 클라우드(Private Cloud)와 퍼블릭 클라우드(Public Cloud)로 구분할 수 있다. 전자는 기업 등 특정 집단 내부에서 클라우드 컴퓨팅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후자는 여러 기업, 개인이 함께 클라우드 서비스를 쓰는 것으로서 구글·아마존 등의 서비스가 여기에 해당한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선다 피차이 구글 크롬 수석 부사장은 “어떤 데이터든 PC 같은 기기에 저장하는 것보다 클라우드에 저장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기업에서 발생하는 보안 문제는 항상 서버가 아닌 PC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우려도 있다. 크리스토퍼 버냇은 자신의 저서 『클라우드 컴퓨팅』에서 “대형 클라우드 업체들이 우리의 개인정보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려고 하는 것은 굉장히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용자가 올려놓은 개인 스케줄, 사진, 동영상을 클라우드 업체가 광고 등의 목적으로 이용하면 얼마든지 ‘빅 브러더’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데이터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법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글로벌 기업의 서버는 대부분 우리의 수사권이 미치지 않는 외국에 있다. 쉽게 말해 국내 기업의 핵심 기술이 클라우드를 통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해도 클라우드 업체가 협조를 거부하면 손쓸 방법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클라우드의 또 다른 어두운 그림자는 ‘독점화’ 가능성이다. 글로벌 IT 거인들이 구름 속에서 혈투를 벌일수록 여기서 배제된 기업들의 설 자리는 점점 사라지게 된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지난달 30일 “오늘날 IT업계를 지배하고 있는 4대 갱이 있다”고 발언한 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슈미트가 4대 갱으로 지목한 구글·애플·아마존·페이스북의 공통점은 플랫폼을 가졌다는 것. 기업들이 각자 데이터센터를 갖는 대신 클라우드 기업에 의존할 경우 정보는 소수 기업에 몰리게 되고, IT 산업은 양극화를 보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국내 IT 산업은 하청업체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1~2월 지식경제부가 국내 클라우드 관련 24개 업체를 대상으로 ‘클라우드 컴퓨팅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 미국을 100으로 봤을 때 국내 기업들의 수준은 66에 머무는 것으로 평가됐다.

특별취재팀=이나리(샌프란시스코·시애틀·뉴욕)·박혜민(도쿄)·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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