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차로 지키고, 멈추고…차 IQ 쑥쑥 오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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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보쉬가 개발한 차로 유지지원시스템 작동원리. 비디오 센서와 레이더가 주행 차로를 인식해 차로를 벗어나면 핸들을 틀어준다.


자동차가 점점 더 똑똑해지고 있다. 내비게이션 화면을 통해 음악을 듣고 TV를 보는 콘텐트 매체로 바뀐 지 오래다. 이동 수단을 넘어 엔터테인먼트 기기가 됐다. 온전히 운전에만 집중하는 것도 어려워졌다. 운전하면서 DMB를 보고, 저장된 음악을 찾기 위해 스마트폰을 조작할 경우 사고 위험이 높다는 것도 잘 알려져 있다.

벤츠의 디스트로닉 시스템. 앞차와 원하는 만큼의 거리를 유지하게 해준다.

보쉬와 푸조가 공동개발한 디젤 하이브리드 4륜 시스템. 앞바퀴는 디젤 엔진이, 뒷바퀴는 전기모터로 움직인다.

 진정한 스마트 자동차라면 이런 위험요소마저 스스로 인지해 회피하도록 적극적으로 반응해야 한다. 9일(현지시간) 독일 남부의 복스부르크에서 열린 보쉬 드라이빙 테스트에서는 첨단 신기술로 무장한 차들이 전시돼 자동차의 미래를 보여줬다. 보쉬는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회사다. 보쉬는 1978년 전자식 바퀴 잠김 방지시스템(ABS)을 처음 개발하는 등 자동차 신기술 개발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자동차가 차로를 벗어나면 스스로 핸들을 돌려주는 ‘차로유지지원시스템(lane keeping support)’이었다. 기자는 이 시스템을 장착한 BMW 5시리즈를 타고 자동차 전용 트랙에서 달려 봤다. 시속 180㎞로 달리면서 일부러 핸들을 왼쪽으로 돌려 차를 옆 차로에 걸치게 했더니 핸들이 반대로 돌아가려는 힘이 느껴졌다. 손에서 힘을 빼니 핸들이 자동으로 움직이면서 차를 원래 달리던 차로로 밀어 넣어줬다. 처음 느껴보는 핸들의 반발력이 당황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이 시스템이 작동할 때 고속으로 달리는 차의 움직임이 불안하지 않았다. 부드럽게 눌러준다고 할까. 손에 힘을 줘 핸들을 틀면 차로를 바꿀 수 있었다. 옆자리에 앉은 보쉬 엔지니어는 “인간의 의지를 이길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농담을 던지며 “방향 지시등을 넣고 차로를 바꾸면 시스템이 운전자의 의지를 알아채고 작동을 안 한다”고 말했다.

 이 시스템은 룸미러 옆에 장착된 비디오 카메라와 자동차 앞 범퍼와 후드에 달린 레이더가 작동해 차로를 인식하는 방식으로 움직인다. 보쉬가 만든 이 레이더의 측정거리는 250m에 이른다. 또 운전자는 느낄 수 없지만 브레이크도 함께 작동해 차를 주행 차로로 원위치시키는 것을 돕는다. 차로를 벗어나면 경보가 울리거나 핸들이 떨리면서 운전자에게 위험을 알려주는 현 단계의 기술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한 것이다. 의도하지 않은 차로 이탈을 막아 사고를 예방한다는 게 이 회사의 설명이다. 시스템 컨트롤 사업부 베르너 슈트루트 사장은 “(졸거나 한눈을 팔아) 차로를 벗어나서 생기는 사고를 25%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아예 손을 떼고 운전할 수 있는 정도로 기술이 발전할 날도 올 것”이라고 말했다.

 보쉬가 새로 선보인 하이브리드 시스템도 관심을 끌었다. 푸조와 공동 개발한 이 시스템은 앞바퀴는 내연기관이, 뒷바퀴는 전기모터로 구동하는 게 특징이다. 현재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연비를 향상시키고, 배기가스를 줄이는 것에 초점을 뒀다면 새 기술은 4륜 구동에 의한 주행 안정성까지 더해준다. 시속 40㎞ 이하로 달릴 때는 배터리를 이용해 전기모터만 사용하다가 속도가 올라가면 디젤 엔진이 켜져 앞뒤 바퀴에 모두 힘이 실린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90g/㎞ 수준으로 도요타 프리우스와 맞먹는다. 이 시스템을 단 푸조 3008은 9월 유럽에 출시될 예정이다.

 벤츠·BMW·아우디·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업체도 안전기술 개발에 적극적이다. 벤츠는 레이더로 앞차와 원하는 만큼의 거리를 유지하게 하는 디스트로닉 시스템을 현재 선보이고 있다. 시속 30~180㎞ 사이에서 주행할 때 차에 장착된 마이크로 컴퓨터와 레이더가 앞차와의 거리를 계산해 자동으로 차의 속도를 조절해 준다. BMW의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앞에 가는 차가 멈추면 자동차가 스스로 정지하는 기능을 갖췄다. 기아차의 K7에도 중앙선을 넘으면 경보음을 울리고, 계기판에도 경고 표시를 하는 기능이 달려 있다.

복스부르크(독일)=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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