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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천 메타세쿼이아 ‘집단 고사’ 미스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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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미도아파트 뒤(영동6교)에서 도곡동 타워팰리스 뒤(영동2교)까지 2.8㎞ 구간에 있는 메타세쿼이아 길. 말라죽은 메타세쿼이아의 잎이 누렇게 변해 있다. [김도훈 기자]


“어머. 나무가 왜 이래요?”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양재천변 길(메타세쿼이아 길). 2살 된 손자를 태운 유모차를 끌고 나온 김영희(56·대치동)씨가 깜짝 놀라 물었다. 도로 옆에 늘어선 4~5m 높이의 메타세쿼이아 잎이 초록색이 아닌 갈색으로 변한 채 곧 떨어질 듯 위태롭게 매달려 있어서다. 나무에는 ‘5% 포도당 주사액’이 꽂혀 있었다. 김씨는 “나무가 죽으면서 길이 흉측하게 변해 아쉽다”고 말했다.

 양재천변 길은 대치동 미도아파트(영동6교)부터 도곡동 타워팰리스(영동2교)까지 2차로 도로가 2.8㎞ 정도 이어진 곳이다. 30년이 넘은 메타세쿼이아 781그루가 도로 양쪽 1m 내외 간격으로 촘촘하게 심어져 있어 ‘메타세쿼이아 길’로도 불린다.

 서울시는 1988년 개포동 택지개발사업을 완료하면서 이 도로를 만들었다. 가로수가 우거진 데다 인근에 지하철역(도곡역·대치역)까지 있어 데이트·산책코스로 인기 있는 명품 길이 됐다. 주말에는 평균 1000여 명이 찾는다.

 이 길의 상징인 메타세쿼이아가 말라 죽고 있다. 그런데도 원인을 찾지 못해 미스터리다. 현재 200여 그루는 완전 혹은 일부가 말라 죽었다. 강남구는 뒤늦게 지난달 말부터 380여 그루에 포도당 링거 주사를 꽂았다.

 강남구는 지난 겨울철 제설작업 때 뿌린 염화칼슘과 소금 때문에 나무가 상했다고 추측했다. 염화칼슘 등에 녹은 눈을 가로수 근처로 치워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주민들의 의견은 다르다. 다른 지역에도 염화칼슘과 소금을 뿌렸는데 왜 양재천변 길만 피해를 봤느냐는 것이다. 서울에는 이곳 외에 강서구 강서구청 앞과 방화3동 서남물재생센터 인근에 메타세쿼이아 길이 있는데 두 곳의 나무는 멀쩡하다.

 항간에는 지역난방공사에서 양재천변 길 밑에 열배관을 몰래 했다는 소문도 돈다. 강남구와 지역난방공사는 펄쩍 뛴다. 이은상 강남구 도로관리과장은 “가장 최근의 공사는 2008년 길 양쪽 3.5㎞의 보도를 정리하면서 가로등 케이블 매설공사를 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냉해 피해를 봤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메타세쿼이아는 추위에 강한 종이기 때문에 그 가능성도 작다. 병충해 피해도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한강나무병원 이상길 원장은 “메타세쿼이아가 말라 죽은 원인을 찾지 못해 전문가도 답답하다”고 말했다.

글=최모란 기자
사진=김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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