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한포진 피부염’ 잘 걸리는 사람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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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바르면 가려움증은 가라앉지만 또 생기고, 자구 재발되니까 이제는 그러려니 해요”

미용사 J씨(27세·여)는 얼마 전부터 손이 간지러워 괴롭다. 손바닥에 작은 물집 같은 것이 생겼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직업병의 일종이려니 했는데, 갈수록 심해지더니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보습제나 로션을 바꿔 가면서 발라 봤지만 일시적으로는 좋아지다가 다시 또 악화되는 일이 반복되면서 결국 그는 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는 ‘한포진’이었다. 문제는 병원에서 병명을 알게 된 뒤에도 그리 상황은 좋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처방 연고를 바르면 좀 나아지는 듯 했지만 또 재발되는 상황을 몇 번 겪고 나서는 그냥 심해지면 약을 조금씩 바르면서 버티는 것으로 결정하고 치료를 포기하고 말았다.

습진, 무좀과 비슷해 가끔 오해를 사기도 하는 한포진은 손이나 발에 수포가 발생하는 급·만성 재발성 습진으로 거의 전 연령대에 걸쳐 생긴다. 생긴 습진은 잘 터지지 않으며 가려움증 통증이 함께 생기기도 한다. 비누나 물 등에 접촉하면 통증·가려움증이 심해지며 2~3주 지나면 자연적으로 없어지지만 재발도 잘 되는 편이다.

땀이 많이 나는 체질인 ‘다한증’이 있는 사람들이 잘 걸리는 편이며, 정신적인 스트레스의 영향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다한증 환자 중 절반 가까이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기도 하며, 약품을 자주 만지는 직업군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쉽게 유발된다.

실제로 현재 알려진 한포진 유발 물질로는 니켈, 크롬, 코발트 등 금속물 취급자, 약제 등이 요인으로 꼽힌다. 때문에 미용사나 간호사 등은 약제과의 접촉을 피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포진 치료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다행히 한포진이 잘 걸리는 직업 종사자라고 해도 치료법은 있다. 바로 몸의 면역력을 키워 아예 한포진이 잘생기지 않도록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방법이다.

면역력을 키우면 당장 한포진이 눈에 띄게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생기는 원인 자체가 없어지므로 재발율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면역력이 약해진 원인은 사람마다 다르므로 각각 다른 치료법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약품 등이 원인이 되는 물질과 접촉이 잦은 직업군에 종사한다면 한포진이 쉽게 생기고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독한 약으로 치료하기 보단 한의학적인 처치를 통해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 재발될 확률이 낮은 건강한 피부와 좀 더 가까워 질 수 있을 것이다.

김양은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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