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바이오 벤처' 바람 곧 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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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코스닥 공모주 청약에서 '작은 이변' 이 있었다.

한 바이오벤처기업이 요즘 난다 긴다 하는 인터넷 벤처업체보다 훨씬 높은 5백60대 1의 사상 최고 청약경쟁률을 보인 것.

화제를 모았던 기업은 마크로젠. 실험실용 생쥐를 생산하는 이 회사는 유전자 정보를 이용한 질병치료법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 회사 대표인 서정선 박사는 "마크로젠은 올해말, 늦어도 내년 초면 몰아닥칠 바이오벤처 열풍의 신호탄인 셈" 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벤처에 대한 기업 투자가 크게 늘어나는 가운데 21세기 젖줄이 될 차세대 산업에 대한 모색도 활발하다.

특히 최근 가능성이 부각되는 생명공학의 경우 기업마다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 한편으론 자금.인력의 벤처 집중에 따른 산업간 불균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인터넷 벤처 언제까지 갈까〓아직은 인터넷 과열론에 동의하지 않는 전문가들이 더 많다.

인터넷이 국제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요소 중 하나라는 데는 대부분 동의한다. 다음달 초 인터넷기업협회 창립을 준비 중인 이코퍼레션의 김이숙 사장은 "인터넷은 새로 나타난 사업의 한 부분이 아니라 산업 전체에 걸쳐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 이라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고정민 수석연구원도 "지금의 인터넷 열풍은 초기단계여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누구나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것" 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른바 굴뚝산업(기존 제조업)의 위기를 우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서울대 기계설비학과 오수익 교수는 "90년대 들어 미국이 일본을 제압한 것은 제조업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때문" 이라며 국가적으로 투자자원의 균형 있는 분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터넷이 사회 전반에 변화를 몰고 오곤 있지만 경제를 좌우하는 '실물' 은 역시 제조업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의미에서 전자상거래의 활성화, 즉 인터넷 벤처와 제조업의 접목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의 김승재 상무는 "온라인만으로 먹고 살 수 없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온라인 기반도 충분치 않은 만큼 지금은 투자가 더 이뤄져야 할 시점" 이라고 말한다.

그는 그러나 결국 온라인은 오프라인과 결합할 때 부가가치 상승 등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컨대 아무리 좋은 전자상거래시스템을 개발해도 고품질의 자동차나 신발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경쟁력 향상은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인터넷 벤처자체가 새로운 산업구도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컨설턴트 이승환씨는 "과거 국가나 기업의 경쟁력은 주로 대기업에 좌우됐지만 인터넷 벤처는 규모에 관계없이 얼마든지 국제경쟁에서 '주전 선수' 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고 있다" 고 강조했다.

◇ 떠오르는 바이오벤처〓차세대 유망 벤처로 생명공학 분야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과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LG화학은 올해 5백억원을 생명공학 분야에 투자, 이 분야 매출비중을 지난해 3%에서 2003년 9%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한화석유화학도 대덕중앙연구소에 생명공학 연구센터를 개설하고 5백억원을 투자하는 한편 연구원도 50명을 추가로 뽑기로 했다.

한솔화학도 지난달 회사명을 '한솔 케미언스' 로 바꾸면서 2006년까지 바이오테크사업에 1천5백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대상은 3년간 2천억원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SK.삼성.제일제당도 이미 이 시장에 뛰어들어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대기업의 바이오산업 진출과 투자확대는 이 산업의 부가가치가 워낙 높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이미 성장둔화가 점쳐지는 인터넷 벤처 대신 도약기에 들어선 바이오 쪽 투자가 활발하다. 인체 유전자 프로그램 등 생명.건강분야에 10여년 전부터 이미 수십조원 이상을 쏟아부었고, 이제 그 성과가 벤처로 연결되고 있다는 것이다.

생명공학연구소 최인성 선임부장은 "생명공학 분야는 기술 특성상 벤처로 이어지기에 적당한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고 설명했다. 기존 제조업 등과 달리 대규모 설비가 필요없는 대신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기 때문이다.

바이오 분야의 경우 실제 '소량.다품종' 의 이른바 '소매업' 형태를 중심으로 최근 활발하게 창업이 이뤄지고 있다.

다음달 문을 여는 국내 최초의 바이오벤처 보육센터인 대덕연구단지내의 생명공학연구소 창업센터에는 미생물농약.진단시약.효소제 등을 개발하겠다는 벤처기업들이 줄을 잇고 있다.

마크로젠의 서박사는 "인간 유전자 해독이 끝나는 2003년을 전후해 인터넷 벤처에 버금가는 바이오 벤처 시대가 도래할 것" 이라며 "그때까지 착실하고도 견고하게 기술을 쌓는 데 주력해야 한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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