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코리아 매출’ 처음으로 일본 앞질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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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올해 BMW코리아의 판매량이 처음으로 BMW 일본 지사(BMW재팬)의 판매량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한국 시장이 일본보다 규모가 훨씬 작은데도 이런 일이 생기게 되는 것은 한국 수입차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기에 들어선 데 비해 일본은 이미 성숙기 시장에 진입해서다. 올해 1∼5월 사이 BMW코리아는 1만53대를 팔았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7% 증가해 역대 최고 신장 폭이다. 같은 기간 BMW재팬은 1만1411대로 전년 대비 6% 증가에 그쳤다. 대지진 여파에 수입차 판매가 횡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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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하반기에는 한국 판매가 일본을 능가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월에는 월별 기록으로 BMW코리아(1517대)가 BMW재팬(1423대)을 제치기도 했다. 이미 독일 BMW 본사에서 중요하게 보는 매출액이나 이익(중·대형차 비중)은 한국이 일본을 앞섰다. 올해 5월까지 BMW코리아의 매출액은 일본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BMW의 수입차 시장 점유율도 한국은 24%, 일본은 16%다.

 한국시장에서 팔리는 BMW는 70% 이상이 이익이 많이 나는 차다. 중형차 5시리즈(주력 차종 520d 6240만원, 528 6890만원)가 전체 판매량의 54%, 대형차 7시리즈(주력차종 740 1억4000만원대)가 9%를 차지한다. 120여 개 BMW의 해외법인 가운데 중·대형차 비중이 가장 높다. 여기에 SUV가 10% 정도다. 소형차인 1시리즈는 2%, 3시리즈는 27%에 불과하다. 반면 BMW재팬의 판매 구조는 소형인 1, 3시리즈가 전체의 80% 이상이다.

일본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팔린 BMW 대형차 7시리즈. 가격은 1억4000만원대다.


 이러다 보니 독일 본사에서는 한국 지사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늘리고 있다. BMW 딜러 관계자는 “독일 본사에서는 한국의 놀라운 판매 증가율 이외에도 판매의 질(중·대형차 비중)이 좋아 황금시장으로 보고 있다”며 “분기별로 본사의 마케팅·세일즈 지원금이 늘어날 정도”라고 말했다.

 BMW코리아의 판매 급증에는 최대 20%까지 깎아 주는 물량공세가 주효했다. 일본 판매가 예상보다 시원치 않자 한국 판매를 늘릴 수 있도록 독일 본사에서 판매장려금을 더 주고 있는 것이다. BMW 한국 딜러들은 지난 3월부터 4800만원대 320 세단을 최대 900만원까지 할인해 팔고 있다. 올해 말 신차 출시가 예정된 이 차는 연말로 생산이 단종되지만 20%에 가까운 할인 규모는 파격적이다. 할인 내용을 살펴보면 BMW코리아 지원 금액이 400만원, BMW파이낸스를 이용하면 200만원을 더 깎아준다. 여기에 딜러들이 자체적으로 100만∼300만원까지 추가로 할인해 준다. 딜러의 차량 한 대당 마진은 통상 12%이지만 목표를 초과 달성하면 인센티브로 3%포인트의 마진을 더 받는다. 이런 인센티브를 보고 할인 폭을 키워 판매를 늘리는 것이다. 5, 7시리즈도 차종에 따라 10% 할인은 기본이다. 중저가 수입차들은 울상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볼보·혼다·닛산의 판매가 전년 대비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 BMW의 할인공세 영향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급증한 판매 물량을 소화하지 못하는 서비스는 문제다. 지난해와 올해 등록된 BMW 신차만 2만5000여 대로, 10년간 판매량의 30%가 넘는다. 이달 초 320 디젤 차량의 방향지시등에 이상이 생겨 예약 없이 서비스센터를 찾은 장모(40)씨는 낭패를 봤다. 서비스 물량이 폭증해 예약하지 않으면 아예 진단도 해 줄 수 없다고 했다는 것. 장씨는 “고장이라는 게 갑자기 나타나는 데 예약고객만 서비스한다는 것은 서비스를 하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판매는 급증했지만 서비스 시설은 3, 4년 전과 마찬가지라는 게 한심하다”고 말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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