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은 투자전략이 아니다…지금은 주식을 사야할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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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미국 월스트리트의 애널리스트는 보통 동료의 견해에 대해 비판하지 않는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정보를 토대로 애널리스트가 주식시장을 예측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동료를 비판하면 이것이 나중에 부메랑이 돼 자신에게 돌아올 수 있는 것 아닌가. 동료에 대한 비판을 삼가는 게 애널리스트 세계의 불문율이 된 연유다. 하지만 최근 동료에게 거침없이 쓴소리를 하는 애널리스트가 있다. 바로 강현철(42)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이다.

지난 3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주식시장에 ‘관망’ 의견이 지배적이자 그는 공식 보고서를 통해 “관망하자는 것은 투자전략도 아니다”라며 동료 애널리스트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13일에는 ‘하우스뷰(증권사 자체 증시전망)는 조변석개(朝變夕改)식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다’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기존의 시장 전망을 갑자기 바꾸는 동료의 행태를 비판했다. 업계에선 이를 ‘독설을 퍼붓는다’고 표현한다.

 그의 ‘독설’이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13일 오후 세미나를 막 마치고 왔다는 그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났다.

 -동료 애널리스트를 비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보통 애널리스트는 장이 좋을 때는 서로 보고서를 내고 더 세게 전망을 한다. 하지만 요즘처럼 한 달 동안 조정받는 장이 계속되면 보고서도 쓰지 않고 슬그머니 발을 빼려는 경향이 있다. 물론 지수 전망은 틀릴 수 있다. 하지만 전략 담당이라면 장이 조정받을 때 소신과 논리를 근거로 일관성 있게 투자자에게 방향을 제시해 줘야 한다.”

 -요즘 애널리스트의 전망이 어때서 그런가.

 “대형사 입장에서는 소신 있는 전망보다는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탄 듯 하는 중간 정도의 전략이 좋을 수 있다. 예측이 쉽지 않은 금융시장에서 혼자서 ‘예스(yes)’ 또는 ‘노(no)’를 했다가 나중에 비판을 받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주식시장 방향이 혼미해지자 ‘2분기 조정, 3분기 반등’을 주장하던 애널리스트들이 ‘3분기 조정, 4분기 반등’으로 말을 바꾸고 있다.”

 -하반기 주식시장 전망은.

 “미국 시장이 지나치게 좋아지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미국 정부가 과감한 출구전략을 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실업률 악화 등으로 미국 경제 둔화 우려가 있다. 미국 정부가 시장에 ‘채찍’보다는 ‘당근’을 쓰게 하는 분위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하반기 시장에 대해 낙관적이다. 지금이 매수 타이밍이다.”

 -당신도 전망이 틀리는 수가 있는데 동료를 비판하느냐는 말도 나오는데.

 “16년간 애널리스트를 했다. 전망이 수도 없이 틀렸다. 금융위기 때는 전망이 틀려 맘고생이 심했다. 하지만 맞고 틀림을 떠나서 하우스뷰는 한두 달 내가 아니라 6개월 또는 1년 동안 연구해 내놓는 것이다. 그렇게 내놓은 전망을 시장이 바뀌었다고 해서 논리적 보강 없이 수시로 바꾸는 건 문제다. 올해 상반기에 고점으로 간다고 주장한 증권사가 60%가량이었다. 그런데 지금 상반기 고점을 얘기하는 곳이 없다. 도대체 증권사의 연간 전망은 어디로 간 것인가.”

 -시장 강세론자처럼 느껴지는데.

 “그게 아니다. 나는 예전 입장을 견지하는 것이고 시장이 혼미해지니 강세장을 예견했던 다른 곳이 빠져나가 그렇게 보이는 것일 뿐이다.”

 -(동료를 공격하다가) 상처를 입지는 않을까.

 “그럴 수 있다. 사실 비판은 외부보다 내부에서 더 많이 나올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애널리스트가 전망이 틀리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논리적으로 일관성 있게 방향을 제시하고 그런 다음 틀렸다면 반성문을 써야 한다.”

 -월스트리트에서도 동료 비판이 드물다고 하는데.

 “솔직히 두렵다. 틀리면 대가도 치를 테고…. 애널리스트란 직업이 고액 연봉이긴 하지만 단명하지 않나. 하지만 영국 등지의 투자자로부터 나의 영문 보고서를 보고 팬이 됐다는 것을 들으면서 더 소신 있게 하려고 한다.”

 -일부에선 튀어보려는 전략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웃음) 사실 지금 애널리스트 조사에서 상위권에 오르내린다. 현재 경력으로 볼 때 튀는 게 아니라 조심해야 할 때다.”

김창규 기자

◆강현철은=1969년생으로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95년 고려증권에 입사했으나 2년 만에 회사가 무너져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2년간 대학원을 마친 뒤 99년 다시 증권사(SK증권)에 발을 들이며 본격적으로 애널리스트의 길을 걸었다. 2002년 LG투자증권(현 우리투자증권)으로 옮겼으며 2008년부터 투자전략팀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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