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석학 제러미 리프킨의 명저 『소유의 종말』 (2001)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앞으로 경제생활에서 우리의 의식을 지배하는 것은 물건에 대한 소유가 아니라 서비스와 경험에 대한 접속이 될 것이다. 소유권의 시대는 막을 내리고 접속의 시대가 올 것이다.’
사실 ‘소유’가 ‘접속’에 제 자리를 내주는 건 산업사회의 일반적 특징이다. 집 안 우물에서 길어 먹던 물은 이제 상수도관을 통해 각 가정에 배달된다. 사용자는 수도꼭지를 통해 상수원에 ‘접속’하기만 하면 된다. 옛날엔 현금을 안방 금고에 보관했지만 이제는 은행에 맡긴다. 현금지급기(ATM)에 ‘접속’해 각종 거래를 처리한다.
IT영역에서 이 같은 발상이 시작된 건 1960년대다. 개념만 있을 뿐 관련 기술은 전무했다. 2000년대 들어 이를 실제 사업화하는 데 성공한 건 아마존과 세일즈포스닷컴이다. 용어와 개념의 대중화엔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이 결정적 공헌을 했다. 2006년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검색엔진전략 콘퍼런스에서 이를 본격적으로 소개했다.
요즘 실리콘밸리에선 ‘진짜 클라우드 컴퓨팅’ 논쟁이 한창이다. 이 업계 ‘과격파’로 통하는 세일즈포스닷컴의 마크 베니오프 창업자는 지난해 가을 한 콘퍼런스에서 “클라우드 컴퓨팅을 말하면서 ‘상자(서버)’를 팔려 하는 자들을 경계하라”고 일갈했다. 누구나 서버와 소프트웨어를 빌려 쓸 수 있는 ‘퍼블릭 서비스’야말로 진짜라는 주장이다. 세계적 미래학자 니컬러스 카도 이 의견에 동의한다. 그는 “과거 에디슨은 ‘기업들이 전기처럼 중요한 자원을 남의 손에 둘 리 없다’며 발전기 판매 사업에 몰두했다. 하지만 지금 전기를 직접 생산해 쓰는 기업은 없지 않으냐”고 반문한다. 대기업들마저도 언젠가는 자체 데이터센터 대신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선택하게 되리라는 설명이다.
특별취재팀=이나리(샌프란시스코·시애틀·뉴욕)박혜민(도쿄)·허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