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그린스펀 금리 추가 인상 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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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은 17일 미국이 현재 지난 반세기동안 전례없는 경제호황을 누리고 있으나 인플레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고 경고, 경기과열을 막기 위해 추가 금리인상 조치가 필요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FRB가 매년 2차례 의회에 제출하는 통화정책 보고서와 관련,이날 하원 금융위원회에서 행한 증언에서 경제가 사상 최장기간인 10년째 팽창을 계속하면서 급속히 성장, 실업률이 30년래 최저인 4%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에너지 가격의 폭등을 제외할 경우 인플레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으나 이러한 좋은 여건은 경제성장률이 지난 3년간 보여온 4% 이상의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한 지속될 수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노동시장의 경직으로 근로자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하기 시작할 경우 인플레가 촉발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현재로서는 인플레가 대체로 억제되고 있지만 "인플레 압력이 축적되고 있다는 점이 위험스러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린스펀 의장의 이러한 증언이 있기 수시간 전 미 노동부는 지난 1월의 도매물가에 변동이 없으며 변동폭이 심한 에너지와 식품분야를 제외할 경우 생산자물가지수는 0.2%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이보다 앞서 FRB는 경기과열을 예방하기 위해 지난해 6월부터 최근까지 4차례에 걸쳐 연방기금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그러나 1%포인트의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는 증거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앞으로 실질 금리가 수요 증대를 잠재적 공급 증대와 일치시킬 수 있을 만큼 상승했는지를 지켜보아야 할 것"이라면서 통화의 수요와 공급을 일치시키는 일이 전에 비해 시급해졌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분석가들은 금리정책을 결정하는 FOMC가 다음달 21일 회의에서 5번째 금리 인상을 결정할 것이며 오는 5월에도 금리를 또 한차례 올릴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전망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신기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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