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도 인터넷을 알아야 제대로 본다!

중앙일보

입력

한동안 '컴맹'이라는 말이 유행시 된 적이 있었다. 컴퓨터 앞에만 서면 주눅이 들 지경이라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엔 한술 더 떠 '인터넷맹'이란 말이 생겨났다. 인터넷을 할줄 모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세상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신문이건 잡지건 라디오건 텔레비전이건 어디서든 인터넷에 대한 이야기가 넘쳐난다. 인터넷이 우리 생활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에 대해 새삼 언급하는 건 정말 입만 아픈 일이다. 그러니 다른 건 다 제쳐두고 일단 텔레비전만 살펴보자.

지난 일요일밤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던 나는 흥미있는 프로그램을 하나 발견했다. MBC에서 방송되는 〈웹 투나잇〉이란 프로였다. 처음에는 그저그런 토크쇼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이건 그저그런 토크쇼가 절대 아니었다. '인터넷'이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우선 4박5일 동안 컴퓨터 외에는 아무것도 사용할 수 없는 곳에서 6명의 젊은이들이 인터넷을 통해 어떻게 생활을 꾸려나가는가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코너가 있다. 여학생 3명과 남학생 3명은 아마도 이른바 인터넷맹이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방밖에 제공된 것이 없는 상황에서 그들은 인터넷으로 먹을 것을 구하고 요리하는 법을 알아내고 소모품들을 주문하고 친구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친구를 초대하기까지 한다. 4박5일 동안 그들이 인터넷을 통해 할 수 있는 일들은- 물론 극한 상황을 연출한 것이긴 하지만- 무궁무진하게 많았다. 인터넷과 친해진 그들은 심지어 화상채팅까지도 시도한다.

이외에도 학생들이 인터넷을 사용해 생활에 어떻게 응용하고 있는지, 연인들끼리 이용하면 좋을 만한 인터넷사이트 등을 아기자기하게 꾸며 소개하고 있었다. 그리고 요즘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CF 스타 김효진의 홈페이지를 만드는 과정도 간략하게 보여주었다.

"에이, 이 정도의 인터넷쯤은 나도 할 수 있어"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겠지만 인터넷을 사용할 줄 아는 사람들에게는 식은 죽 먹기가 될 만한 일도 인터넷에 '인'자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부담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하나하나 차근차근 인터넷을 소개해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생겼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예전에는 시청자들의 참여를 위해 엽서보낼 주소만을 알려주던 프로그램들이 요즘에는 통신과 인터넷주소를 함께 이야기해준다. 또 뉴스며 오락프로에서도 사이트나 이메일들이 자막을 가득 메운다. 그러다보니 엽서나 전화, 팩스로 프로그램에 참여하던 사람들은 이제 점점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전달돼오는 사연의 내용 때문이 아니라 일단 속도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결국 바야흐로 텔레비전도 인터넷에 한수 뒤지고 있다는 얘기가 아닐까?

그래서인지, 하루종일 빠르게 굴러가는 세상사에서 허덕이다가 집으로 돌아와 잠시 쉬려고 텔레비전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문득 든 생각 하나.
"세상에, 이젠 정말 텔레비전을 좀더 재밌게 보려면 인터넷도 제대로 알아야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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