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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스마트폰이 준 국운 융성의 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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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김진형
KAIST 소프트웨어대학원 교수
(사)앱센터운동본부 이사장

우리는 이제 정보기술(IT)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그 기회를 우리 스스로 만든 것은 아니지만 잘만 하면 국운 융성의 기회임은 틀림없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의 국내 도입을 계기로 시작된 스마트폰 혁명을 두고 하는 말이다.

 스마트폰 보급이 급속히 확대된다는 것, 그 자체가 국운 융성의 기회일 수는 없다. 스마트폰이 가져온 흐름은 개방·참여·공유로 표현되는 2.0 사상이 세상을 바꿔가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 것이다. 소프트웨어(SW)는 쉽게 나누어 쓸 수 있다. 이 때문에 오래전 공개 소프트웨어 운동이 시작됐다. 자신이 작성한 SW를 공개해 남들에게 쓰게 하고 이를 이용해 더욱 좋은 SW가 개발되면 나도 혜택을 본다는 철학이다. 공개 SW 운동이 인터넷을 만나서 2.0 사상으로 꽃을 피웠다. SW뿐 아니라 전문지식과 재능을 나누는 체계를 범세계적으로 구축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전문가 외엔 2.0의 힘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거나 그 힘을 과소평가했다. 그러던 중 스마트폰의 도입으로 우리 사회도 2.0이 가져온 충격을 경험했다. 개발자들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전 세계 소비자들과 나누거나 직접 거래하는 개방형 마트가 구축됐다. 이런 개방형 마트는 SW·서적 등 지식 유통의 혁명을 가져오고 있다.

 이런 생태계 변화 속에서 스마트폰 플랫폼의 경쟁이 치열하다. 플랫폼을 장악하면 시장을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마이크로소프트·구글, 그리고 삼성전자가 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중에서 구글의 안드로이드 플랫폼이 개방성에서 단연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구글은 ‘독점을 버리고 협조하면 더 많은 혜택과 상생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플랫폼에서 개방성의 매력은 쉽게 뿌리칠 수 없다. 내수시장이 작고 SW 능력이 모자라더라도 신속히 글로벌 시장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의 개방성을 활용해 우리 기업·개발자·소비자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려면 다음과 같은 준비가 필요하다.

 첫째, 우리 기업과 개발자들은 안드로이드 같은 개방형 플랫폼에 대해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소스코드와 문서가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대학 컴퓨터교육에서 이를 적극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또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진화하도록 표준화에 적극 참여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안드로이드가 TV·자동차 등에서도 표준 플랫폼으로 자리 잡게 된다면 우리는 일거에 SW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둘째, 플랫폼 전쟁에서 강자가 살아남고 약자는 도태되는 글로벌 경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정부나 대기업의 인위적 생태계 조작은 세계 시장에서 고립되는 갈라파고스적 생태계로 돌아가는 꼴이 된다. 우선 스마트폰·통신업체·앱을 분리해 소비자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규제 개선과 개방정책이 시급하다. 게임, 공인인증서, 본인확인제 등에 대한 정부의 규제를 재검토해야 한다. 개발자들의 발목을 잡는 조치들을 없애야 한다.

 인터넷 시대에 선두로 달려갔던 것처럼 스마트 시대에도 우리가 선두가 되기 위해서는 개방·참여·공유의 2.0 사상이 절실하다.

김진형 KAIST 소프트웨어대학원 교수·(사)앱센터운동본부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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