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인천팬들의 분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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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팬들은 분노하고 있다.
4년간 응원했던 연고팀 현대가 인천을 떠나려한다는 배신감에 그리고 그 후 연고팀이 없어질 것 같은 생각에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SK의 프로야구팀 창단에 즈음하여 11일 KBO이사회에서는 현대 유니콘스에 서울로의 연고지이전권을 부여했다. 이로써 현대는 서울에 경기장이 완료되기 전에 한시적으로 인천을 계속 연고도시로 택해 인천에서의 ‘시한부인생’을 보낼 가능성이 높다.

현대가 서울로 진출하면 SK가 서울 또는 수원을 연고지로 삼을 것을 주장하는 것으로 보아 제9구단, 10구단이 창단되기 전까지는 인천은 연고팀이 없어질 전망이다.

현대는 96년 태평양을 인수한 후에도 가장 큰 시장인 서울로 진출하기위해 알게모르게 공을 들여왔고 그결과 이번 SK의 연고지선택의 부산물로 서울진출이라는 혜택을 받았지만 전체 프로야구의 균형과 그동안 응원해온 팬들을 위해 다시한번 생각해봐야한다.

현대가 98년에 우승하면서 인천시민들의 향토애와 지역사회 발전에 공헌을 했고 팬들은 현대에 대한 지속적인 사랑을 보내왔는데 이를 버리고 실리를 찾아 매정하게 연고팀을 떠나는 행태에 대해 여론의 비난을 감수해야한다.

서울에 진출한다해도 기존에 서울지역에서 굳건한 팬을 보유하고 있는 LG, 두산 그리고 다른 지방연고팀 팬들의 틈새를 비집고 그들이 생각하는만큼 인기를 얻을 수 있을지도 고려해보아야한다. 일본프로야구에서 가장 큰 시장인 도쿄시장을 노리고 진입했던 니혼햄 파이터스의 실패사례나 오사카시장을 노렸던 긴테츠 버팔로스의 실패사례를 생각해야한다.

현대의 서울이전발표에 따라 인터넷과 PC통신의 현대 유니콘스관련 공식사이트, 팬클럽은 네티즌들의 현대에 대한 비난의 글들이 난무하고 있다. 최근 선수협 전원탈퇴건으로 여론이 악화됐었던 이곳이 다시한번 성토의 장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현대 유니콘스 공식사이트의 이용자 인천짱님은 “삼미, 청보, 태평양들도 인천을 버리지는 않았다. 태평양이 훨씬 났다”라고 했고 하이텔 현대 유니콘스 팬클럽의 xrainman님은 “현대가 대세에 밀려 다시 인천에 눌러앉을까봐 걱정이다.”라며 현대의 서울진출을 기정사실화하며 인천팬들을 져버린 현대에 대한 심한 배신감을 표현하였다.

반면 유니콘스 공식사이트의 현대팬님은 “현대를 변치않고 사랑하는 모든 사람을 위해 아직도 늦지 않았으니 더이상 실망시키지 않는 성실한 태도를 보이길 바란다.”며 현대의 전향적인 자세를 기대하고 있다.

프로야구 진출 전 아마추어 현대 피닉스 야구단 창단을 통해 유망선수를 미리 잡아두는 편법을 쓴 것이나 거액을 들여 쌍방울 선수들의 대거영입하면서 국내프로야구의 스카우트 질서를 흐리게 한데서 나온 비난여론을 지속적으로 받아온 현대는 이런 ‘불도저식 운영’으로 팬뿐만이 아니라 여론으로부터도 질타를 받고 있다.

공룡기업 현대가 그 덩치만큼이나 전체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자신의 행보에 신중을 기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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