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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복지부 장관, 교체하는 게 순리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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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는 지난 3일 감기약·소화제 등 일반의약품(OTC)을 수퍼·편의점에서 파는 것을 추진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그러자 청와대에서 불만이 나왔다. 국민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추진한 ‘OTC 수퍼 판매’를 복지부가 1년 이상 논의만 하다 ‘없던 일’로 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떤 정책을 시작했으면 잘 챙겨서 되도록 해야 하는데 지금 일하는 모습을 보면 답답하다”고 말했다. 비상이 걸린 복지부는 ‘OTC 수퍼 판매’를 재추진하기로 했다. 진수희 복지부 장관은 10일 청와대로부터 약사법 개정을 추진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면서 “올 정기국회에 개정안을 상정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불과 일주일 새 벌어진 이 해프닝은 정부의 일처리 방식이 뭐가 문제인지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우선 정부 부처가 청와대 입장과 다르게 움직인 걸 이해하기 어렵다. 진 장관이 대통령의 의중을 잘못 파악한 건지, 알면서도 자기 주장을 한 건지 모르지만 어떤 경우든 한심하다.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하면 진 장관은 방침을 밝히기 전에 당연히 청와대와 사전 협의를 했어야 했다. 청와대도 복지부에 분명하게 지침을 내려 혼선을 막았어야 했다. 정부 내에서도 소통이 안 되는데 국회와 이익단체를 설득할 수 있겠는가.

‘OTC 수퍼 판매’를 다시 추진한다는데 진 장관이 이 일을 성사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의사와 약사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고, 국회 내에서도 반대가 많아 산 넘어 산이다. 복지부 장관이 중립적인 입장에서 국민의 편익만 따지면서 추진하고 있다는 인상을 줘도 될까 말까 한 일이다. 그런데 진 장관은 이미 ‘약사 편’이라는 낙인이 찍혀 있다. 올해 초 지역구 약사회 모임에 나가 “여러분이 걱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OTC 수퍼 판매’ 문제를 놓고 약사와 의사·국회·시민단체 등이 뒤엉켜 충돌을 빚을 게 뻔하다. 진 장관이 어떤 입장을 취해도 영이 서기 어렵다. 일이 되도록 하려면 신뢰를 잃은 복지부 장관을 교체하는 게 순리다. 정권 후반기의 레임덕을 막고, 국정 현안을 차질 없이 마무리하기 위해서도 강하고 일사불란한 추진력이 필요한 시점이라서 더 그렇다.

그동안 김근태·유시민·전재희·진수희 등 정치인들이 복지부 장관에 임명돼왔다. 이것도 문제다. 복지는 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데 자칫 포퓰리즘으로 흐르기 쉬운 분야이기도 하다. 이런 부서의 정책 책임자에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정치인을 앉히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이명박 정부는 정권 초기부터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영리 의료법인 도입 등 서비스업 선진화를 추진했다. 하지만 전재희 장관의 벽에 막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정부는 서비스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입만 열면 떠드는데 그렇다면 복지부부터 다스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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