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2년 연속 C등급 받은 교수, 안식년 금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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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6월 10일자 1면.

‘선(先)정부 재정지원, 후(後)대학 자구노력’을 주장하던 대학들이 기본 입장을 바꿔 적극적인 자구노력에 나서고 있다. 강의 평가가 나쁜 교수에 대해 안식년을 금지한다는 대학은 물론 등록금 대비 장학금 비중을 높여 등록금 부담을 낮추겠다는 대학도 나타났다. 본지가 ‘등록금 내릴 수 있다’ 시리즈 기사(6월 7~10일자 1면)를 통해 대학들의 부적절한 적립금 운영과 교수·직원들의 고액 연봉 실태를 지적하자 이에 적극 호응하고 나선 것이다. 감사원 감사는 이런 자구노력을 더욱 활발하게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안국신 중앙대총장

 가장 빠른 반응은 중앙대에서 나왔다. 중앙대 측은 10일 “교수 업적평가 결과 최하등급을 2년 연속 받은 교수에 대해 연구년(안식년)과 해외 세미나 참석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본지가 ‘골프년’으로 전락한 교수 연구년제를 지적한 데 따른 반응이다. 중앙대 관계자는 “대학이 교수 인건비의 효율성을 높여 비용을 절감하고, 그 혜택을 학생들에게 돌려주자는 취지”라며 “학내 의견수렴을 거쳐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토안에 따르면 4개(S·A·B·C) 등급 중 가장 낮은 C등급을 2년 연달아 받은 교수는 연구년이 금지되고, 현재 12~18시간인 주당 책임수업도 3시간 더 늘어나게 된다. 지난해부터 도입한 연봉제에 따라 C등급 교수는 연봉도 동결된다. 최고 등급(S) 교수보다 연간 수천만원을 적게 받는 것이다. 지난해 중앙대 교수의 6.2%(49명)가 C등급을 받았다.

 대학이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직접적으로 낮추려는 노력도 나타나고 있다. 연세대는 등록금 대비 장학금 비중을 현재 31%에서 5년 내에 40%까지 높이기로 했다. 연세대 관계자는 “학생이 부담하는 1인당 실질 등록금이 현재 520만원에서 430만원으로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이르면 올 2학기부터 장학금 사정관제를 도입해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상담을 통해 적절한 장학금을 지원하는 계획도 세웠다. 이 관계자는 “재단·교수평의회 등과 협의해 교수의 책임수업을 현재 주당 6시간에서 7.5시간으로 늘리고 직원 수당을 낮추는 등 보수체계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국대는 최근 학교발전기금본부를 발족하고 2014년까지 기부금 1500억원을 모금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건국대 황신애 모금기획부장은 “대학이 등록금 의존도를 낮추고 세계적인 대학들과 경쟁할 기반을 만들려면 기부금을 찾아 열심히 발로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낭비 요소가 심한 운영경비를 줄이려는 대학도 있다. 고려대는 연간 100억원이 넘는 냉·난방비와 수도·전기 사용료 등을 절약해 절감분은 학생 장학금으로 돌려줄 방침이다. 영남대는 내년 3월부터 교내 기자재 구입 내역 등을 전 교직원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 줄줄 새는 학교 관리비용을 줄이기로 했다.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대학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학생들의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져 나왔다. 대학 교수들도 회원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 안양옥 회장은 “많은 대학이 중앙일보의 비판에 뜨끔뜨끔 했을 것”이라며 “사립대는 볼멘소리만 할 게 아니라 적립금을 하루빨리 학생들에게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학들은 법정 부담금부터 제대로 납부하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 고 강조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만중 부위원장은 “등록금 산정 근거를 투명하게 밝히고 적립금을 이유도 없이 쌓아 놓는 관행을 근절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효종(서울대 윤리학과 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도 “대학들이 그동안 무심했던 등록금 문제에 적극적인 자세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련·윤석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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