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View 파워스타일] 한백R&C 김광중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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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신이 키스한 곳’으로 불리는 땅이 있다. 전남 신안군 증도다. 때묻지 않은 천혜의 자연이 숨쉰다. 2007년 아시아 최초의 ‘슬로 시티(slow city)’로 지정됐다. 이미 그 전에 황금 같은 섬의 가치를 간파한 사내가 있다. 엘도라도 리조트를 지은 김광중(52) 한백R&C 대표다.

 김 대표의 스타일은 끈기·인내·도전으로 압축된다. 그의 리조트에 아파트 같은 콘도는 없다. 별채 빌라와 해송숲·염전·게르마늄갯벌이 잘 버무려진 ‘느림의 휴식’ 공간이 살아 있다. 엘도라도가 등장하면서 리조트 고급화 바람이 몰아쳤다. 2003년 그가 “섬에 리조트를 짓겠다”고 하자 모두 말렸다. “미친 짓”이라고. 하지만 김 대표는 모험을 택했다. 주5일제가 본격화하면 ‘쉼’에 대한 사람들 생각이 바뀔 것으로 봤다. 그땐 다리가 놓이기 전이었다. 배 타고 50분 걸리는 바닷길로 자재를 날랐다. “사람 구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 섬에서 며칠 일해 보곤 외롭고 심심하다며 모두 관뒀다.” 원군이 된 건 삼겹살과 막걸리를 곁들인 소통이었다. 밤마다 일꾼들에게 마음을 트고 얘기했다. 그들이 섬에 남기 시작했다. “현대인에게 쉼이란 소통이다.” 김 대표의 지론이다. 휴양은 가족·친지·지인과 가는 게 보통이다. 쉼을 매개로 서로 마음이 열릴 때 진정한 휴식이 가능하다는 소리다. 직접 체험도 해봤다. 지금은 미국 일리노이 대학에 유학 간 아들이 고교 사춘기 때였다. 엘도라도 리조트에서 저녁 달빛을 받은 채 아들과 손잡고 걸었다. 어깨동무로 이어졌다. 아들이 품 안에 안기는 게 느껴졌다. 그러곤 대화 물꼬가 터졌다. 그 아들이 2년 전 부친의 생일에 선물한 게 몽블랑 만년필 ① 이다. 아버지 영문이름 이니셜을 새겨넣었다. 사무실 책상에 두고 공부할 때, 일할 때 사용하며 휴식의 참된 의미를 되새긴다.

 그는 리조트 서비스 본질을 감천(感天)에서 찾는다. 사람을 감동시키는 게 최우선이라는 말이다. 자연에 순응하고, 추억거리 가득한 리조트를 꿈꾼다. 그래서 엘도라도 리조트엔 800실 넘게 지을 수 있는 땅인데도 190실만 지었다. ‘시설보다 문화가 먼저’라는 철학에서다. 이런 마음을 알아주는 고객들도 생겼다. 한 회원이 3년 전 묵화로 정성껏 그려 선물한 리조트 전경 ② 은 사무실에 고이 걸어둔 애장품이다.

 가까이 보니 건강하게 살짝 그을린 피부가 좋다. 리조트 현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그에게 자연이 건넨 선물이다. 옷은 아내가 많이 챙겨준다. 바쁜 탓이다. 브랜드를 따지진 않는다. 단정함이 살아 있는 걸 좋아한다. 그는 자수성가했다. 1990년에 학원부터 시작해 사우나로 입지를 넓혀 리조트 사업까지 진출했다. 운이 좋아서 성공한 건 아니었다. 늘 공부했다.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을 나왔고, 서울대·고려대 최고경영자 과정 등을 수료했다. “1년에 과정 한 개씩은 듣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했다. 3년 전 한국목조건축기술협회장이 된 것이 우연은 아니었다는 소리다. 회장이 된 뒤 협회 일로 일본에 다녀오면서 선물받은 게 목각 안경걸이 ③다. 김 대표는 회사 이름을 한백으로 지었다. ‘한라에서 백두까지’의 뜻이다. 엘도라도를 시작으로 방방곡곡에 최고의 리조트를 확산시키는 게 그의 꿈이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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