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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Global] 주목받는 재즈 색소폰 연주자, 19세 한인 그레이스 켈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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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켈리(19·한국명 정혜영)는 색소폰 주자이자 보컬리스트이며, 작곡과 편곡도 하는 만능 재즈 뮤지션이다. 여섯 살 때 피아노를 시작했고 일곱 살에 작곡했으며, 아홉 살 때 색소폰을 발견했다. 그녀는 지난해에 이어 유서 깊은 뉴포트 재즈 페스티벌(8월 5~7일)의 러브콜을 받았다. 자신의 5인조 밴드를 이끌고 무대에 오른다. 켈리는 최근 자신의 자작곡으로 구성된 일곱 번째 CD ‘그레이스’의 녹음을 마쳤다.

뉴욕중앙일보 박숙희 문화전문기자

●뉴포트에서 다시 공연하게 된 소감은.

 “뉴포트는 마일스 데이비스가 컴백한 곳이자, 엘라 피츠제럴드, 빌리 할리데이, 존 콜트레인, 머디 워터스, 프랭크 시내트라, 레드 제플린, 듀크 엘링턴 등 나의 우상들이 연주했고 녹음했던 축제다. 너무 신난다.”

●색소폰의 전설 필 우즈한테 모자를 선물받은 게 화제였다.

 “우즈를 알게 된 건 2006년 스탠퍼드대에서 가르치고 있을 때였다. 나는 그에게 배웠고 그도 내 연주를 무척 좋아했다. 당시 그는 74세였고 나는 14세였다. 우즈가 매사추세츠 피츠필드 재즈 페스티벌에서 연주할 때 나를 무대로 초청했고 내가 연주를 마치자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모자를 벗어 내게 주었다. 올 1월 나온 내 여섯 번째 앨범에 수록된 ‘모자 쓴 남자(Man With a Hat)’는 그에게 헌사한 곡이다.”

●천재 트럼펫 주자인 윈턴 마살리스와도 협연했는데.

 “몇 년 전 함께 연주하던 피아니스트가 다음 세션에선 트럼펫 주자가 합류할 거라고 귀띔했다. 그런데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가 바로 윈턴 마살리스였다! 우린 그날 두 번째 무대에서 함께 연주했다. 일주일 뒤 마살리스가 링컨센터에서 빅밴드와 하는 3일간 연주에 스페셜 게스트로 와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에서 연주할 게스트 중 한 명으로 와달라고도 요청했다. 마살리스는 재즈의 진정한 리더로 날 항상 친절하게 대해주었고, 음악과 음악 비즈니스에 대해 좋은 충고를 해줬다.”

●협연한 재즈 뮤지션들이 모두 나이가 많다.

 “그들을 무척 존경한다. 그들이야말로 진정 재즈를 만든 분들이다. 리 코니츠나 우즈 같은 사람들을 알게 된 것은 초현실적인 경험이다. 코니츠는 마일스 데이비스의 유명한 ‘Birth of the Cool’의 색소폰 주자였으며, 우즈는 퀸시 존스의 빅밴드에서 활동했다.”

●앞으로 연주하고 싶은 연주자와 무대는.

 “내게 영감을 주는 연주자들을 더 많이 만나고 싶다. 앞으로 허비 행콕, 브라이언 블레이드, 스티비 원더, 스팅, 폴 매카트니와도 연주하고 싶다. 닮고 싶은 뮤지션은 조지 벤슨이다. 그가 걸었던 길과 연주했던 장르를 탐험하고 싶다.”

●트럼펫 주자 크리스 보티는 어떤가.

 “지난해 내 18세 생일에 보티와 함께 연주했었는데, 무척 좋았다. 그때 보티는 보스턴 인근에서 연주 중이었다. 보티는 매우 달콤한 남자로 우린 무대에서 즐겁게 연주했다. 무척 친절한 남자이자, 위대한 뮤지션이다. 그의 밴드를 무척 좋아한다.”

●19세 생일은 어떻게 보냈나.

 “뉴욕의 전설적인 아폴로 시어터의 ‘할렘 재즈 슈라인 페스티벌’에서 세 차례 연주했다. 베니 카터, 트럼본 주자 와이클리프 고든, 보컬리스트 카라 쿡, 전설적인 탭댄서 사비옹 글로버 등과 공연했다.”

●작곡은 어떻게 하나.

 “피아노로 곡을 많이 쓴다. 사람, 장소, 경험 등 모두 작곡에 영감을 준다. 마감시간. 반드시 끝내야 하기 때문에 또한 노래 만드는 데 영감을 준다.”

●쓴 곡의 수는.

 “이제까지 약 100여 곡이 되는 것 같다. 그중 여러 곡은 음반에 녹음했다. 미음악가협회(ASCAP)와 국제작곡콩쿠르(ISC) 등에서 상을 받아 영광이다.”

●작곡·편곡·노래·색소폰 연주의 차이라면.

 “말을 통해 노래하는 것과 악기를 통해 멜로디를 전달하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작곡은 내 인생의 한순간과 이야기를 포착하기 때문에 무척 중요하다. 공연은 순간적인 즉흥성으로 끝나자마자 금방 사라진다.”

●재즈는 본인에게 무엇인가.

 “재즈는 내게 즉흥성이다. 재즈는 현재의 순간에 즉흥적으로 무엇이라도 표현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다.”

●10대, 아시안, 여성으로 재즈 뮤지션이 된다는 게 쉽지 않을 텐데.

 “아시안 여성 아티스트로서 재즈라는 음악의 새로운 소리를 대표한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 아시아계 소녀가 색소폰을 연주하는 건 정말 드문 일이지만, 국적이나 스테레오 타입과 무관하게 자신이 정말 열정을 갖고 할 수 있는 것을 고수하라고 말하고 싶다. 난 어렸을 때 내가 열정을 가질 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해서 정말 행복하다. 음악을 연주하고 창작하는 것은 내겐 ‘직업’ 이상의 것이다.”

●꿈이 있다면.

 “나의 꿈은 장르를 만들고, 세대 차를 좁히는 것이다. 여러 장르의 음악을 좋아하기에, 유동적으로 융합된 음악을 창작하고 싶다. 퀸시 존스나 듀크 엘링턴이 말했듯이 나도 좋은 음악을 좋아한다. 사람들이 후대에 내 음악을 듣고 ‘그레이스 켈리처럼 들리는걸!’이라고 말해준다면 좋겠다.”

●열다섯 살에 버클리음대에 전액 장학금을 받고 입학했다.

 “올 12월 졸업한다. 버클리음대에서는 연주 활동하는 학생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투어 중일 때는 교수들과 e-메일로 수업한 후 학교에 돌아가서 수업과 시험으로 보충한다. 융통성 있는 선생님들과 인터넷 덕분이다.”

그레이스 켈리

1992년 매사추세츠주 웰즐리에서 한인 부모 사이에 태어났으며, 다섯 살 때 어머니가 재혼하며 이름이 그레이스 켈리가 됐다. 2007년 ASCAP 재단 청년 재즈 작곡가상을 비롯해 재즈 전문지 ‘다운비트’가 선정하는 학생 연주가상·보컬리스트상·작곡상 등 다수의 상을 받았다. 2008년 보스턴음악상 최우수 재즈 연주자상, 2010 보스턴음악상 최우수 재즈 아티스트상을 수상했다. 리 코니츠, 필 우즈, 데이브 브루벡, 행크 존스, 윈턴 마살리스, 보스턴 팝스, 케니 바론, 해리 코닉 주니어, 다이앤 리브스, 크리스천 스콧 등과 세계 곳곳에서 500여 회의 콘서트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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