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15대 총선에 조직적 개입

중앙일보

입력

김영삼 정권이 지난 96년 4월 11일 실시된 제15대 총선에서 청와대를 비롯한 공직자의 선거개입을 금지한 통합선거법상의 법규정을 어기고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선거에 개입한 사실이 처음으로 문서로 확인됐다.

이같은 사실은 15대 총선 당시 이원종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김영삼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한 “선거에 영향을 미칠 주요인사 관리방안” 등 3종의 극비문건에서 드러났다. 월간중앙은 19일 발매되는 3월호에서 ‘YS, 15대 총선 개입 비밀문건 입수-YS는 96년 총선때 주요인사 50여명을 특별관리했다’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YS정권의 선거개입 전모를 폭로한다.

비밀문건에 따르면 당시 청와대는 ▷총선 승리를 위해 영향력있는 인사를 특별관리했고 ▷선거의 쟁점을 정리하고 그 대응논리를 후보들에게 공급했으며 ▷수도권 등 전략지역구를 선정해 인력을 전폭지원하는 등 사실상의 여당의 선거지휘본부 역할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는 총선을 앞두고 관리대상 인물군을 7개 부류로 나누어 총선 직전 한달간 적극적이고 집중적으로 관리했는데 7개 인물군은 ▷박태준·조 순 등 야당에 입당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할 인물군(群)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사건과 관련된 재벌총수 ▷김수환추기경·송월주 조계종 총무원장·서영훈 흥사단 이사장 등 사회 원로그룹(독대면담)
▷강영훈·신현확·노신영·이민우 등 집단으로 접견해 관리해야 할 인물군 ▷김윤환 신한국당 대표·강삼재 사무총장 등 당내 인사 ▷총선공천과정에서 낙마한 인사들 ▷야당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있는 전직 장·차관 등이다.

특히 흥미를 끄는 대목은 박태준·조 순 등 야당 입당을 막아야 할 인물군에 대한 대처방안이다.당시 청와대 비서실은 박태준의 영향력에 대해 “현재 자민련이 적극 영입 추진 중”이라며 “그의 입당이 대구·경북권 자민련세 급신장은 물론 전통 여당 지지 성향표 향배에 상당한 영향이 예상된다”고 평가한 뒤, “3월 귀국시 각하 전화 및 내밀리 접견”하도록 권고하면서 “(박태준이)
포철에 애착이 큰 바 포철 명예회장직 또는 포항공대 이사장직 제의 등 관계개선을 추진하고, 적절한 인물을 선정해 귀국 전에 사전 교감을 확보하고 신중한 운신을 유도해야 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또한 서초갑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노재봉 전 총리에대해서는 “선거 막판에 (김 전총리가)
각하의 노태우 전 대통령 당선 축하금 수수 사실을 폭로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홍구 전 총리 등 지인들을 통해 성급한 행동을 자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적고 있다.

무소속 출마설이 나돌던 노재헌·전재국 등 두 전직 대통령의 아들에 대해서도 “서동권 전 안기부장, 이원조·금진호 의원 등 전·노씨 측근 인맥을 활용해 출마를 억지해야 한다”’고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전직 장·차관의 야당행을 막기 위해 “각하가 직접 박관용 마포포럼(전직 장차관 모임)
회장을 독려하고 관리를 강화해야 하며, 한완상·박운서·허신행 등은 특별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월간중앙이 3월호에 공개하는 극비보고문건에는 ‘선거에 영향을 미칠 주요 인사 관리 방안’ 이외에 ‘15대 총선 쟁점과 이슈’‘총선 지원활동 결과 보고’ 등이 있다. ‘총선 지원활동 결과 보고’의 경우 15대 총선에서 청와대가 전략지역구에 어떤 지원을 했는지를 자세하게 밝혀주는 자료다.

월간중앙이 입수한 극비문서들은 당시의 청와대가 통합선거법상의 선거개입 금지 규정을 어기고 총선에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개입했음을 입증하는 것을 물론 권부의 핵심인 청와대가 여당 총선 전략의 사실상의 지휘본부 역할을 해왔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상당한 정치적 논란과 파장이 예상된다.

월간중앙 오민수기자<sim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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