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두고 싶은 생각이 하루에 몇번씩 들었습니다."
시민단체의 낙천.낙선운동을 이끈 박원순(朴元淳)
총선연대 상임집행위원장은 16일 공천반대 명단발표와 관련, 피고소.피고발인 신분으로 검찰청사에 출두, 그간의 심경을 `소감문'을 통해 털어놓았다.
박 위원장은 "지난 한달은 창살 없는 감옥 같았다"며 말문을 연 뒤 "정치인들의 불만과 항변, 음모론과 유착설 등 근거없는 비난 속에 정치 밖에서 감시하고 비판하려던 입장이 흙탕물 같은 정치의 한복판에 선 느낌이었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그는 "지난 1,2월이 고뇌의 겨울이라면 3,4월은 잔인한 봄일 수밖에 없다"고 평가하고 "사회개혁과 발전의 병목지점이 된 정치를 개혁해야 한다는 국민적 열망이 몰려들고 있는 만큼 이미 숨을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총선연대를 명예훼손혐의로 고소한 정치인들과 관련, "엄정한 기준을 사적인 감정 없이 적용했는데도 그 형평성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면서 "기계적으로 적용하다 보니 과(過)
외에 공(功)
을 참작하기가 어려웠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박 위원장은 선관위의 고발에 대해서는 "국민의 힘으로 낙천.낙선대상자 발표는 합법화됐지만 선거법은 여전히 참정권을 가로막고 의사표현의 자유를 옥죄고 있다"면서 "최대한 합법적인 공간 안에서 유권자 운동을 펴겠지만 불가피한 경우에는 비상식적인 선거법 조항은 지킬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와관련, "악법이 법일 수는 없다"면서 "올바른 법을 향한 투쟁은 민주사회의 시민운동가 뿐만 아니라 시민에게도 의무"라고 열변을 토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검찰출석에 대해 "변론을 위해 변호사로서 드나들던 문을 오늘은 피의자 신분으로 들어섰다"면서 "시민운동가들이 자신의 활동으로 검찰에 소환되는 일이 없어지는 시대가 오기를 바란다"며 착잡한 심정을 표시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