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총장들 “정부가 지원해야 등록금 낮추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정치권이 ‘반값 등록금’을 추진하는 데 대해 대학 총장들은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이 9일 전국의 11개 국공립대와 사립대 총장들을 초청해 비공개로 간담회를 연 자리에서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광자 서울여대 총장은 “등록금 을 어느 날 갑자기 낮춘다니 황당하다”며 “2~3년 시간을 갖고 검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총장들은 특히 대학 적립금을 등록금 인하에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난색을 표명했다. 한영실 숙명여대 총장은 “특정 목적에 사용하기 위해 적립금을 적립해 왔는데 등록금 인하를 위해 전출한다면 첨단 건축 등에 써야 할 돈이 없어진다”며 “기부금에 대한 세제 혜택 등 각종 지원을 정부가 뒷받침하면 등록금을 곧바로 반으로 낮출 수는 없지만 10%씩 낮춰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장영태 홍익대 총장은 “대학 등록금 문제를 꼭 민생 문제로 볼 게 아니라 대학 경쟁력 차원에서 같이 봐줘야 한다”고 말했다.

 사립대 총장들은 “사립대의 절반 수준인 국공립대 등록금을 또 절반으로 내리면 4분의 1 수준이 돼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김윤수 전남대 총장은 “능력은 있는데 돈이 없어 대학에 못 가는 학생들을 반값 등록금이 해결해 주는 대책이 되어야지 능력 없는 사람도 모두 대학에 가게 하는 것이 과연 맞느냐. 고등교육이 무상교육으로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 등의 대학 무상교육론을 비판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기업의 기여금을 늘릴 수 있도록 세제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대학도 사회가 공감하는 자구 노력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김경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