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서 펀드매니저 뽑아 위험 분산시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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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자산운용사는 펀드를 만들어 주식 등에 투자하는 회사다. 고객 돈을 대신 운용해 주고 수수료를 받는다. 이 때문에 자산운용사에서 펀드매니저는 매우 중요하다. 펀드매니저의 실적이 곧 자산운용사의 실적으로 고스란히 반영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펀드매니저가 없는 자산운용사가 있다. 바로 미국의 SEI인베스트먼츠다. 가장 중요한 펀드매니저가 없으니 이 회사는 ‘팥 없는 찐빵’과 다름없다. 그런데도 이 회사가 운용하는 자산만 463조원에 달한다. 고객은 왜 이 회사에 돈을 맡기는 걸까. 이 회사의 존 라우(사진) 아시아지역 총괄책임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 어떻게 자산을 운용하나.

 “SEI인베스트먼츠는 ‘매니저 오브 매니저(MoM)’ 방식을 쓴다. 직접 자산운용을 하는 펀드매니저를 두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자산을 가장 잘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를 찾는 매니저를 두고 있다. 이들이 각국의 펀드매니저(또는 자산운용사)와 자산운용 계약을 하고 펀드매니저를 관리한다. 일종의 펀드매니저 아웃소싱이다.”

 - 펀드매니저를 어떻게 관리하나.

 “나를 포함해 이런 일을 하는 매니저가 100여 명가량 있다. 한국계도 2명 정도 있다. 이들은 전 세계 7만여 펀드매니저 팀(또는 자산운용사)으로부터 1000여 명을 선별한 뒤 직접 방문해 심사한다. 이렇게 해서 40명 정도를 최종 선발해 자산운용을 맡긴다. 회사의 명성을 보고 돈을 맡기진 않는다. 만약 어떤 회사에 있는 한 팀의 능력이 탁월해 운용을 맡겼는데 이 팀이 다른 회사로 옮기면 우리도 그들을 따라가 새로운 회사와 다시 계약한다.”

 - 이렇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펀드매니저는 특정 시점에서 특정 부문에 대해 높은 수익을 낼 수는 있다. 하지만 항상 전 세계 시장에서 수익을 내는 펀드매니저는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전 세계에서 운용을 가장 잘하는 펀드매니저를 골라 투자를 맡기는 것이다. 투자 방식에 따라 펀드매니저의 수익률도 주가 상승기나 하락기, 지역에 따라 다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펀드매니저를 적절히 조합해 위험을 분산한다. MoM 방식은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투자원칙을 충실히 지킨다. 그래서 수익률도 안정적으로 시장 수익률보다 약간 더 많은 수준을 추구한다.”

 - 펀드매니저 교체율은 어느 정도인가.

 “연 20% 정도다. 하지만 투자 실적만 보지는 않는다. 펀드 성과를 보고 교체하는 비율은 17%다. 포트폴리오 때문에 바꾸기도 한다. 예를 들어 주가가 하락기에 접어들면 주가 하락기에 좋은 운용 성과를 내는 투자 스타일의 펀드매니저를 넣는다.”

 SEI에셋코리아자산운용이 현재 국내에서 운용 중인 MoM 펀드는 일부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상품만 있다. SEI에셋은 개인투자자를 위한 MoM 상품을 출시하기 위해 시장조사를 하고 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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