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의 해피톡톡] 아이 러브 스포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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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정말 오랜 만에 ‘다이아몬드’를 보고 왔습니다.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였습니다. 남편이 모처럼 야구장에서 고교 동창들과 가족동반 모임을 가진 덕분입니다. 2만7000여석이 완전히 매진됐다더니, 아직도 운동장에 쩡쩡 울리던 응원가와 막대풍선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짜릿했습니다. 왜 그런 거 있잖아요,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흥분―.

왕년(?)에는 저도 누구 못지 않은 프로야구 팬이었습니다. 남편과 연애를 시작하기 전 ‘인연’이라 느낀 것도 LG 트윈스와 해태 타이거즈의 경기를 보기 위해 같은 날 같은 시간대에 잠실 야구장 앞에서 줄서서 기다린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였습니다. 그런데 야구장에 가본 지가 벌써 10년도 넘었나 봅니다. 큰 아이를 낳을 무렵부터 TV 중계조차 제대로 못봤습니다. 한 몇 년 경기를 못 봤더니 어느 새 주전들이 바뀌어 낯설어지고, 그러다보니 프로야구에 대한 관심도 시들해지더군요. 평범한 사람을 스포츠에 빠져들게 하는 힘은 역시 선수들인데, 그들을 모르게 됐으니까요.

한창 꿈과 생각이 무르익어 가는 아이들에게 스포츠 스타들의 영향력은 더욱 대단합니다. 둘째 아들 녀석의 경우 지난해 9월 『박지성 11살의 꿈 세계를 향한 도전』이 나오자마자 사달라고 조르더니 틈만 나면 그 책을 끼고 읽습니다.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인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시즌에 스포츠 스타들과 구단들의 나눔과 봉사 활동을 조명해보자고 기획한 건 그런 영향력 때문입니다. 한창 취재를 진행하던 중 프로축구 승부 조작 사건이 터졌습니다. 안타까왔습니다. 하지만 그런 선수들만 있는 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미국 메이저리그나 프로농구에 비하면 우리 스포츠계의 사회공헌활동은 이제 걸음마 수준인지 모릅니다. 그래도 진정성을 가진 선수와 구단들이 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팬들의 사랑이야말로 에너지의 원천인 그들이기에, 그런 선행에 대한 응원은 그들을 더욱 열심히 뛰게 만들 것입니다.

아참, 일요일 경기는 KIA가 2:1로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역전의 주인공은 솔로홈런과 안타를 쳐낸 이종범 선수였습니다. 이 아줌마도 기억하는 노장(?)의 활약이 어찌나 반갑던지요. 그는 2009년 7월 500도루·1000득점·2500루타를 달성했을 때도 받은 격려금을 모두 불우이웃 돕기에 기부하는 등 나눔 활동 역시 꾸준히 하는 선수입니다. LG 팬이었던 저는 그날 SK응원석에 앉아 KIA 이종범 선수의 이름을 목청껏 부르며 응원했습니다.

김정수 행복동행 에디터·경원대 세살마을연구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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