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불길한 궤도 이탈-150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5면

<준결승 2국> ○·김지석 7단 ●·구리 9단

제13보(135~153)=135로 빠져 조이는 끝내기는 전보에서 소개한 바 있다. 그러나 그때의 그림은 크게 틀렸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참고도1’이 전보에서 그렸던 예상도. 흑1로 끊으면 회돌이 탓에 백은 즉각 2로 철수해야 하고 그래서 3으로 막는다는 수순이었다. 그러나 실전에서 김지석 7단은 142로 단수했다. 흑이 143으로 회돌이 칠 준비를 하자 비로소 144로 후퇴. 잠시 겁은 났지만 ‘참고도2’에서 보듯 흑1 다음 A에 단수할 수 없어 회돌이가 성립되지 않는다. 실전과 ‘참고도1’은 두 집 차이. 두 집이라면 지금 같은 미세한 승부에서는 그대로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크기다.(사실은 이런 대목이 승부의 보이지 않는 위기다. 또 마지막 초읽기에서 142 같은 수를 놓치지 않는 것이 집중력이다.)

 백 우세의 바둑은 이제 종착역을 향해 달려간다. 구리 9단은 온 몸을 쥐어짜며 역전을 노리지만 어려운 곳이 거의 없어 때 늦은 감이 짙다. 147, 149는 선수 끝내기. 상대가 B로 받으면 도대체 어디서부터 끝내기를 해야 할까 고심하고 있는데 돌연 김지석 7단이 150으로 달려간다. 다 선수니까 그러려니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 쓸데 없는 손찌검이 역전의 빌미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박치문 전문기자

▶ [바둑] 기사 더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