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현장] 할인점 논란에 5100억 재개발 ‘스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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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대형 할인점 입점 논란으로 공정률 85% 상태에서 공사가 중단된 인천 숭의축구장. 애초 경기장 유지관리비를 충당하고 주상복합아파트 분양을 촉진하기 위해 대형 할인점을 입점시킬 계획이었으나 인천 남구청이 재래시장 보호를 위해 허가를 하지 않으면서 사업이 불투명해졌다. [연합뉴스]


인천 숭의운동장 부지에 축구전용구장과 주상복합단지를 건설하는 5100억원 규모의 개발 사업이 대형할인점의 입점 문제로 좌초 위기를 맞았다. 인천 남구청은 지난주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를 열어 홈플러스가 제출한 숭의축구장 내 영업개설 신청을 허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전통시장 반경 500m 주변에 대형마트나 기업형수퍼마켓이 들어설 수 없다는 ‘전통상권 보존에 관한 조례’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숭의운동장 사업의 시행사인 ㈜에이파크개발은 반발했다. 홈플러스가 숭의축구장 지하에 들어오지 못할 경우 2015년까지 추진하는 주상복합아파트 분양에도 차질이 생긴다는 것이다. 또 350억원에 달하는 할인점 임대보증금을 받지 못해 사업비 조달에도 문제가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이 회사 임재우 팀장은 7일 “할인점이 영업허가를 받지 못하면 사업성을 확보할 수 없어 일단 모든 공사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에이파크개발은 홈플러스가 다음 달 초 한 차례 더 신청서를 제출해 허가를 받지 못할 경우 인천시에 공사비를 청구하고 손해배상소송을 내는 등 법적 대응을 하기로 했다.

 숭의운동장은 1920년 육상경기장이 건설됐고 1934년엔 야구장이 들어섰다. 그러나 시설이 낡아 인천도시개발공사의 주도로 재생사업이 추진됐다. 9만여㎡의 사업부지 중 6만2200㎡에는 올해 9월까지 2만 석 규모의 축구전용구장을 건립해 시민구단인 인천유나이티드의 홈 구장으로 쓸 예정이었다. 나머지 땅에는 주상복합건물을 지어 여기서 나오는 개발 이익으로 축구장 건설비 1700억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이었다. 2008년 착공한 축구장은 현재 85%가 지어졌다.

  하지만 지난해 대형마트 입점 반대 운동이 일어나면서 사업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인천시와 남구, 사업시행사 등은 지난해 말부터 할인점 입점과 관련한 문제를 논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문제는 공사가 중단될 경우 1700억원에 달하는 축구장 건설비는 인천 시민의 부담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임대 수익을 올리지 못하면 축구장 관리 비용을 시 예산으로 써야 한다. 이에 대해 인천 남구청 측은 “숭의축구장 주변에 5개의 재래시장이 있어 대형할인점이 들어서면 중소상인들이 타격을 입는다” 고 밝혔다. 현재 축구장에서 500m(조례상 규정) 이내에는 평화시장 등 2개의 전통시장이 있다. 상인 수는 120명 정도다. 1.5㎞ 안에는 5개의 전통시장에 1200여 명의 상인이 있다.

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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