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日 취업지도 바꿔

중앙일보

입력

일본 젊은이들이 안전한 대기업을 그만 두고 무명의 사이버 기업으로 전직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등 인터넷 혁명에 따라 새로운 기업가군이 형성되고 있다.

2차대전 종전 이후 가장 심각한 일본의 장기 경제침체와 같은 시기에 맞물려 떠오르고 있는 월드 와이드 웹은 일본의 가장 우수한 기업들에 입사할 수 있는 젊은이들의 취업 선택을 상당히 변모시키고 있다.

회계전문업체인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쿠퍼스 도쿄 지사의 인터넷 창업 컨설턴트인 앤드류 프라이드는 "일본의 많은 똑똑한 젊은이들이 대기업에서 또는 대학 졸업후 막바로 (벤처기업으로) 달아나고 있다"면서 "이들은 ''뭣하러 대기업에 가느냐? 대기업에는 더이상 종신고용도 봉급인상도 없다''는 말을 한다"고 밝혔다.

이들 가운데 많은 젊은이들이 좋은 아이디어는 있지만 꿈을 실현할 돈이 없는 창업 기업가들의 새로운 육성지로 각광받고 있는, 도쿄의 정보통신 지대인 시부야로 흡수됐다. 새로운 투자펀드와 벤처 자본들이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거둔 것과 같은성공 신화가 일본에서 재연되기를 기대하며 이곳으로 몰려들면서 많은 것들이 변하고 있다.

테크노박스라는 일본계 네트워크 솔루션 업체를 위해 일하는 대런 맥클린 국제컴퓨터협회(ICA) 도쿄지사장은 "지난 5년 동안 놀라울 정도로 변했다"면서 "나는 도처에서 인수합병(M&A)을 하려는 젊은 친구들과의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맥클린에 따르면 새로운 일본 기업군의 두 가지 뚜렷한 유형은 모두 정보통신의 물결을 타고 있다. 그는 "사업경험은 전혀 없지만 기술을 이해하는 젊은이들과 기술세계로 들어가려 애쓰는 사업가 등 두 유형의 무리가 있다"면서 "나라면 더 젊은 층의성공에 돈을 걸겠다"고 말했다.

현재 일본에는 전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많은 약 2천만 개의 웹 서브 스크라이버가 있으며 97년 2만개였던 인터넷 도메인이 10만 개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또 국가독점 통신업체였던 일본전신전화의 유선전화 요금이 매우 비싼데도 불구하고 인터넷 사용자가 2002년엔 2천700만명으로 폭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이같은 시장에 뛰어들 풍부한 인적 자원들 가운데 대표적 인물로 대학졸업후 거대 광고회사인 덴츠에서 경력을 쌓아온 프랑스-일본계 혼혈인 토마스 필리서(34)와 니시가와 기요시가 있다.

필리서가 4년 전에 창립한 FCC인터내셔널은 웹사이트 설계업체이며 이미 일본의HMV 음반체인과 일본 최대 인쇄회사 다이 니폰 프린팅 등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니시가와는 2년 전 아메리칸 온라인(AOL) 일본법인 마케팅 이사를 그만두고 20명의 친지들로부터 각 50만엔의 창업자금을 끌러와 넷에이지라는 온라인 DB를 창업했으며 지난해 말 인터넷 투자업체 소프트뱅크에 거액을 받고 이를 넘김으로써 AOL 사직 결정이 옳았음을 입증했다.

이들로 인해 일본의 벤처자금조성 분위기는 급변했다. 손정의가 이끄는 소프트뱅크는 미국계 투자회사 JH 휘트니나 리플우드가 사냥감으로 노리고 있는 일본의 인터넷 벤처 투자업체 가운데 수위를 달리고 있다.

필리서와 니시가와는 그들과 같은 업체의 고성장을 이끌어낸 두 개의 거래소 가운데 어느 한 곳에 상장하는 것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하나는 지난해 말 구성돼 현재단 2개 업체만 상장된 도쿄 증시가 모태가 된 거래소이며 다른 하나는 오사카 증권거래소와 일본증권거래업협회가 6월에 미국에 설립하는 나스닥 저팬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