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헛갈리다’와 ‘헷갈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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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오바마 빈 라덴 사살!” “오바마가 사살됐다!” 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의 사망 소식을 전하던 날 미국 언론들은 오사마를 오바마로 쓰는 실수를 연발했다. 철자가 비슷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이름과 헛갈렸던 것이다.

 이때의 ‘헛갈렸던’은 바르게 사용된 걸까? ‘헛갈리다’는 ‘헷갈리다’의 잘못이므로 ‘헷갈렸던’으로 바루어야 한다고 답하는 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반대로 ‘헛갈리다’가 맞고 ‘헷갈리다’는 표준말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정신이 혼란스럽게 되다, 여러 가지가 뒤섞여 갈피를 잡지 못하다는 뜻의 동사는 ‘헛갈리다’로 써도 맞고 ‘헷갈리다’로 써도 맞다. 두 단어는 똑같은 의미의 복수 표준어다. “우정인지 사랑인지 헛갈린다!” “우정인지 사랑인지 헷갈린다!”와 같이 서로 바꿔 사용해도 무방하다.

 우리말에는 복수 표준어가 많다. 마음에 걸려 언짢은 느낌이 있음을 이르는 말 역시 ‘꺼림하다/께름하다’ 둘 다 쓸 수 있다. 이 밖에 가엽다/가엾다, 섧다/서럽다, 소고기/쇠고기, 귀고리/귀걸이, 귓속말/귀엣말, 넝쿨/덩굴 등도 복수 표준어로 두 가지 형태가 모두 사용된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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