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울고 싶은 '김연아의 키스앤 크라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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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가 야심차게 내놓은 '김연아 예능 프로젝트'가 그야말로 울고 싶은 상황으로 달려가고 있다. 시청률은 갈수록 추락하고, 김병만의 부상투혼과 김연아의 눈물을 소재로 홍보를 쏟아냈지만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지 못했다.

시청률 조사기관 AGB닐슨미디어리서치 따르면 5일 방송된 SBS ‘김연아의 키스앤크라이(키앤크)’ 시청률은 5.7%. 첫 방송에서 10.5%로 산뜻하게 출발한 것과 달리 2주 연속 곤두박질치고 있다. 같은 시간대 방송된 KBS 2TV ‘1박2일’이 25.9%, MBC ‘나는 가수다’가 12.6%라는 점에서 크게 뒤처진다. 이에 SBS는 지난주 ‘일요일이 좋다’의 2부 순서로 시간대를 바꾸기도 했지만 시청률을 반등시키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키앤크’ 시청률이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그 스케일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은 회당 제작비가 1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예능 프로젝트. SBS는 이 프로그램을 위해 일산제작센터의 스튜디오 하나를 완전히 뜯어내고 22×15m 크기의 아이스링크를 만들었다. 이 링크는 사용하지 않는 동안에도 10~15도 내외로 온도를 유지해야 하고, 바닥의 냉매 코일도 계속 가동해야 한다. 또 정빙차가 들어올 수 없는 스튜디오 여건 상 자체적으로 고안한 장비를 사용해 빙질을 유지하고 있다. 냉매제와 가스 배관 등을 설치하고 조명과 간이 시설을 갖추는 데만 8억원 정도 들었다. 여기에 주 촬영장으로 사용되는 목동 아이스링크 대여 비용도 만만치 않다.

또 SBS 측은 구체적인 액수를 밝히고 있지 않지만 ‘CF퀸’ 김연아의 회당 출연료도 꽤 많다. 방송가에서는 김연아가 ‘유재석·강호동급의 출연료'를 받았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현재 유재석·강호동은 회당 1000만원 안팎을 받고 있다. 김연아뿐 아니라 신동엽·김병만·유노윤호·손담비·아이유·f(x)의 크리스탈·박준금·이아현·서지석 등이 연예인 팀으로 나온다. 이들의 출연료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방송가는 보고 있다.

SBS의 과감한 투자와 애정에도 왜 시청률이 낮을까? 현재 오디션 프로가 범람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프로그램의 긴장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9일에는 무려 20분 이상을 첫회 방송분 하이라이트로 채우면서 시청자들 비난이 쏟아졌다. 네티즌들은 “김연아 같은 최고의 선수를 데려다 놓고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다” “방송 분량도 뽑아내지 못하고, 언제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느냐”는 댓글을 올리고 있다.

이에 이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김재혁 PD는 “이제 5분의 1밖에 안 지났다”며 “오디션 프로는 갈수록 뒷심을 발휘하는 장르라 본격적으로 경연이 시작되면 시청률이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심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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