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ETF 100개 시대 임박 소액으로 분산 투자 효과 매력”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21호 22면

상장지수펀드(ETF)에도 돈이 몰려들고 있다. ETF는 말 그대로 고객의 돈을 모아 주식·채권 등에 투자하는 펀드이지만 증시에 상장돼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펀드와 주식의 성격이 각각 절반쯤 섞여 있는 셈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일 현재 ETF의 순자산 총액은 7조7600억원에 달했다. 1년 전(4조6100억원)에 비해 3조1500억원이나 급증했다. 지난해 말(6조600억원)과 비교해도 1조7000억원이 늘어났다. 올 들어 일반 주식형 펀드에서 2조원가량 자금이 빠져나간 것과 대조적이다.

증시에 상장된 ETF 종목 수는 1년 전 57개에서 최근 94개로 불어났다. 올 들어선 30개의 ETF가 추가로 설정됐다. 한 달에 평균 6개꼴이다.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ETF 100개 시대’가 열릴 것으로 거래소는 보고 있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지난해 6월에는 1000억원 수준에 그쳤으나 최근에는 2500억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특히 동일본 대지진 발생 직후였던 지난 3월 15일에는 4800억원어치의 ETF가 거래됐다. 하루 거래대금으로는 사상 최고였다.

김성락 한국투자증권 상무는 “투자자들이 갈수록 똑똑해지고 요구사항도 많아지면서 다양한 투자기법을 구사할 수 있는 ETF가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홍성용 삼성증권 상품마케팅 담당 임원도 “ETF는 증시에서 주식처럼 거래돼 가격이 투명하게 결정되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주식 투자자는 고수익을 노릴 수 있는 대신 두 종류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투자 종목을 잘못 골랐다가 해당 기업의 실적 악화나 부도 등으로 주가가 하락하는 ‘종목 위험’과 ▶경기 침체 등으로 증시 전체가 출렁이는 ‘시장 위험’이다. 이 중 시장 위험은 아예 주식 투자를 관두지 않는 이상 피하기 어렵다. 반면 종목 위험을 피하는 데는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 한두 종목에 집중 투자하지 않고 여러 종목에 분산 투자를 하는 것이다. 흔히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고 말하는 이유다.

하지만 여러 종목에 골고루 투자하려면 그만큼 많은 돈이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소액 투자자는 분산 투자가 어렵다는 얘기다. 이런 경우 ETF를 활용하면 소액으로도 분산 투자가 가능해진다. ETF는 코스피200 지수, 에너지·화학업종 지수 등 각종 지수와 펀드의 수익률이 함께 움직이도록 설계한 금융상품이다. 따라서 ETF를 사면 특정 종목이 아니라 업종 지수를 사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있다. 최근에는 주가지수뿐 아니라 원유·금·곡물 같은 상품이나 채권·해외지수 등에 연계된 ETF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마득락 대우증권 상무는 “개인투자자는 아무래도 기관·외국인에 비해 개별 종목에 대한 정보와 이해가 부족한 편”이라며 “ETF는 종목 위험을 피하면서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투자 요령은 비교적 단순하다. 먼저 펀드 수익률에 기준이 되는 업종이나 가격지수가 앞으로 오를 것인지, 떨어질 것인지 투자자가 나름대로 예상해야 한다. 만일 지수가 오를 것이란 판단이 선다면 증권사를 통해 일반 ETF의 ‘사자’ 주문을 내면 된다. ETF 중에는 지수의 움직임과 거꾸로 움직이도록 설계된 ‘인버스형’도 있다. ETF를 사들인 뒤 예상이 맞으면 투자자는 돈을 벌고 예상이 빗나가면 손해를 보게 된다.
강한신 하나대투증권 상품기획부장은 “지수 등락률의 2배만큼 움직이는 ‘레버리지 ETF’도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고 소개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