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ELS 발행 사상 최고... 주가 하락 때 방어 기능 장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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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호 22면

직장인 김영준(가명)씨는 지난해 11월 삼성화재와 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주가연계증권(ELS; Equity Linked Securities)에 1억원을 가입했다. 은행 예금금리의 4배 수준인 연 17.5%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으로 다가왔다. 주가 급락시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데다 만기가 3년이나 된다는 점은 부담이었다. 하지만 6개월 후 기초자산의 주가가 설정 당시의 90% 이상이면 자동 상환돼 6개월 수익률인 8.75%를 받을 수 있다는 데 주목했다. 삼성화재와 하이닉스 주가가 6개월간 10% 이상 하락하지는 않을 거라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두 종목의 주가는 떨어지지 않았고, 그는 지난달 조기 상환 기간에 원금과 수익 875만원(세전)을 받았다.

증시 고수들이 말하는 주가연계증권(ELS)·상장지수펀드(ETF) 투자 포인트

주식시장에서 ELS가 인기다. 주식 직접투자를 할 때의 위험성은 낮추면서 상대적으로 안정된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5월 국내에서 발행돼 투자자에게 판매된 ELS 규모는 총 3조8856억원으로 월별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전 기록은 금융위기 이전인 2008년 6월의 3조6728억원이었다. 특히 지난 2월 3조3152억원, 3월 3조3197억원, 4월 3조5068억원 등 지속적으로 판매가 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말이 되면 연간 ELS 발행 규모가 지난해(24조원)보다 60% 이상 증가한 4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증권의 상품마케팅 임원인 홍성용 담당은 “ELS는 기본적인 수익성은 물론 손실 위험을 방어할 수 있는 장치가 곳곳에 있기 때문에 요새처럼 변동성이 높은 장세에서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대투증권 상품기획부 강한신 부장은 “글로벌 위기 이후 웬만한 ELS는 조기 상환돼 수익을 냈다. 고객들이 ELS 매력을 알기 때문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ELS는 증권사가 기초 자산을 정한 뒤 기초자산의 가격이 미리 정해놓은 상승이나 하락 구간에서 움직이면 약속한 수익률을 제공하는 파생 상품이다. 기초자산은 코스피200과 같은 주가지수나 삼성전자, 현대차 등의 개별 종목의 주식관련 지표다.

종류는 다양하다. 우선 원금 보장 여부에 따라 원금보장형과 부분보장형, 비보장형으로 나뉜다.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보다는 비보장형이 높은 수익률을 제시한다. 판매 비율을 보면 비보장형과 부분보장형이 80% 정도로, 원금보장형(20%)보다 많다. 상대적으로 위험한 비보장형이나 부분보장형이 많이 팔리는 것은 국내 증시가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온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투자자들이 발 빠른 대처를 할 수 있도록 3개월 또는 6개월 단위로 조기상환을 하는 ELS가 늘고 있다는 점도 비보장형·부분보장형이 인기를 모으는 이유다. 물론 안정적인 자산 관리를 원하는 투자자는 은행 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제공하는 원금보장형에 관심을 쏟는다.

기초자산은 2가지를 기초로 발행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동양종금증권이 지난 4월 발행 ELS를 분석한 결과 기초자산은 ‘코스피200+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의 조합이 가장 많았다. ‘HSCEI+S&P500’ ‘삼성전자+POSCO’ 조합이 뒤를 이었다. 기초자산이 1개인 것보다는 2개일 때 위험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그렇다면 ELS는 어떤 투자자에게 적합할까. 우리투자증권 상품전략부 윤영준 부장은 “채권과 주식의 중간 단계이기 때문에 직접 투자나 자문형 랩어카운트 등으로 주식투자를 하면서 주가 하락 때 방어 기능을 갖고 싶은 투자자에게 알맞다”고 말했다. 물론 ELS의 인기가 높다고 무조건 따라가서는 안 된다. 한국투자증권 에쿼티 담당 김성락 상무는 “투자자가 어느 정도의 수익을 목표로 할지를 확실히 정한 후 자신에 맞는 상품을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투자자의 선택 폭을 넓히기 위해 ELS의 종류를 크게 늘리고 있다. 대우증권 세일즈&트레이딩 담당 마득락 상무는 “처음 1년간은 손실 발생 구간이 없는 상품이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포함시킨 상품을 만드는 등 변동성을 줄여 고객을 보호하는 상품을 많이 소개하려 한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자산 상황에 따라 다양한 ELS를 선택할 수 있는 자문 기능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조기 상환기간을 더 줄여 안정성을 높인 상품을 내놓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하락 시 방어능력이 강한 업종대표주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을 준비하고 있고, 하나대투증권은 은행예금의 2~3배를 기대하는 상품을 공급할 예정이다.동양종금증권 이중호 연구원은 “증권사들이 새롭게 인기를 모을 수 있는 상품 조합을 얼마나 만들어내느냐가 시장 확대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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