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몸 아프면 뇌졸중.심장병 위험 3배 높아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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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호 15면

"잇몸 아프면 뇌졸중.심장병 위험 3배 높아져"
박준봉 경희대 치과대학장에게 듣는 치주병의 진실

박준봉 경희대 치과대학장에게 듣는 치주병의 진실

“지금 발바닥과 잇몸을 긁어서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어디에 세균이 더 많을 것 같아요? 잇몸이에요. 조(兆) 단위의 세균이 있어요.”박준봉 경희대 치과대학장(치의학전문대학원장 겸직·사진)이 말했다. 박 학장은 “치과 질환이 있는 사람 중 95%는 칫솔질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며 “플라크가 제거되지 않아 24시간 이상 입속에 머물면 조개껍데기처럼 딱딱하게 굳어 ‘치석’이 된다. 치태와 치석은 치아를 뽑는 주요 원인인 치주병을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치주병에 걸리면 염증과 고름(농양)이 생겨 턱뼈가 녹는다. 치아가 단단히 박혀 있어야 할 뼈가 점차 사라지니 이가 빠질 수밖에 없다. 박 학장은 “치주병에 한 번 걸리면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족쇄가 된다. 망가진 조직이 회복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뇌·심장·폐 등에 발생하는 다양한 질병과 연관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 학장은 2009년 대한치주과학회장을 지내며 치주병의 위험과 잇몸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3월 24일을 ‘잇몸의 날’로 정했다. ‘하루 3번 이(2)를 사(4)랑하자’는 의미다. 대한노년치의학회장이기도 한 박 학장은 올해 ‘4560, 6090’ 캠페인을 펼친다. 45세부터 60세까지 치아 건강 관리를 위한 생활습관을 다지면 60세에서 90세까지 건치를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6월 9일 ‘치아의 날’을 맞아 박 학장에게 치아를 노리는 복병 ‘치주병’에 대해 들었다.

-치주병은 어떤 병인가.
“잇몸·턱뼈처럼 치아 주위 조직이 망가지는 병이다. ‘풍치’라고도 한다. 입속 세균 때문에 잇몸에 염증이 생기고 결국 치아와 잇몸 사이가 점차 벌어진다. 이 틈을 ‘치주낭’이라고 한다. 치주낭이 깊을수록 세균의 서식지가 넓어지는 셈이다. 치주낭에 자리 잡은 세균이 잇몸과 턱뼈를 파괴하는 독성물질을 분비하면 결국 이가 빠진다. 35세 전에 치아를 뽑는 주요 원인은 충치지만 이후에는 치주병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 결과 국민이 병원을 찾은 이유 1, 2위가 감기와 관련 있고 3위가 치주병이다.”

-치주병의 원인은 무엇인가.
“음식물 찌꺼기를 먹고 번식하는 세균 덩어리인 치태와 치석 그리고 잘못된 칫솔질이다. 치태는 칫솔질로 제거된다. 하지만 치태가 하루 이상 지나 딱딱한 돌처럼 변한 치석은 스케일링으로 없애야 한다. ”

-치주병의 증상에는 어떤 게 있나.
“치주병은 고혈압·당뇨병처럼 전형적인 만성질환이다. 병이 한참 진행될 때까지 뚜렷한 증상 없이 서서히 잇몸과 턱뼈를 망가뜨린다. 그래도 평소 치아 건강에 신경 쓰면 조기에 치료받아 치아를 지킬 수 있다. 칫솔질을 할 때 치약 거품에 피가 스며 나오면 치주병 초기 증상이다. 바람을 들이켤 때 이가 시려도 마찬가지다. 치아가 솟구치는 느낌이 들고, 피곤할 때 치아 뿌리 부위가 근질거리거나 욱신거리면 중기다. 증상이 잠잠하다가 몸살이 있거나 피곤할 때 잇몸이 붓고 이가 흔들리면 말기다.”

-치주병이 뇌·심장 혈관질환에 영향을 준다는데.
“치주병은 전신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국내 5대 사망 원인 중 뇌혈관질환·심장혈관질환·당뇨병 세 가지와 관련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치주병으로 잇몸에서 피가 나는 것은 말초혈관이 파괴됐기 때문이다. 잇몸 세균은 말초혈관을 타고 몸속으로 유입할 수 있다. 혈류를 따라 심장에 들어가면 혈관벽을 손상시켜 염증을 일으키고 혈전(피떡)을 만들어 심장병이나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다. 치주병 환자는 뇌졸중과 심장병 위험이 2~3배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당뇨병 환자는 당뇨병이 없는 사람보다 치주병 위험이 3배 높다. 담배까지 피우면 20배로 뛴다. 치주병이 있으면 혈당 조절이 힘들다.”

-임신부에게도 위험 요소라는데.
“심한 치주병이 있는 임신부는 저체중아 출산과 조산 위험이 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치석 제거술을 받은 임신부는 조산 횟수가 감소한다는 미국치주과학회지의 보고가 있다. 치주병을 일으키는 잇몸 세균이 타액에 섞여 기관지와 폐로 들어가면 만성폐쇄성폐질환(COPD)과 폐렴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노인치과학회지에 따르면 고름이 폐 안에서 주머니 형태로 차 있는 폐농양에서 발견된 세균이 치주병의 원인균과 같았다. 치주병이 류머티즘 질환 위험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된다.”

-치주병은 어떻게 치료하나.
“초기 환자는 스케일링으로 치주병의 원인인 치태와 치석을 제거한다. 증상이 심하면 치아 뿌리 표면의 염증을 제거하는 치료(치근활택술)를 받는다. 스케일링이나 치근활택술 뒤에도 남은 치석은 잇몸수술로 없앤다. 턱뼈가 많이 녹은 환자는 뼈를 이식하기도 한다.”

-치주병을 예방하려면.
“첫째는 음식 섭취 후 칫솔질이다. 칫솔질은 열심히 하기보다 정확히 해야 한다. 치주병 환자는 칫솔질만으로 치아와 잇몸 사이에 낀 플라크를 제거할 수 없다. 치간 칫솔과 치실을 함께 사용한다. 하지만 칫솔질을 정확히 하는 사람은 드물고, 치태를 100% 제거하기도 힘들다. 치주병 증상이 있건 없건 6개월~1년에 한번 치과를 찾아 검진받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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