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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마다 태양전지 패널, 교외엔 태양광 발전소 ...선파워 시대 활짝 열린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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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호 10면

지난달 1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리치먼드 이스트베이. 샌프란시스코만을 바로 앞에 둔 항구 부지에 길이 300m의 거대한 2층 공장 건물이 나타났다. 미국 2대 태양광 에너지 회사인 선파워의 연구소와 공장 겸 지역본부다. 건물 지붕은 길이 20~30m에 이르는 태양광 패널 36개로 덮여 있었다. 안내를 맡은 홍보담당 이사 잉그리드 익스트롬은 “지붕 위 태양광 패널에서 생산되는 전기에너지가 공장 전체 전력 소비량을 감당하고도 남는다”고 말했다. 사무실 공간으로 쓰는 2층으로 올라가니 한가운데에 ‘선파워 오퍼레이션 센터’가 있었다. 미국 서부와 동부ㆍ중부, 서유럽ㆍ마닐라ㆍ서울의 시간을 가리키는 벽시계 6대 아래로 대형 LCD 모니터 3대가 걸려 있다. 선파워가 직접 건설하고, 발전ㆍ관리하는 세계 500개 지역 태양광발전소의 현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곳이다. 가운데 모니터에 시간대별 발전 현황이 선(線) 그래프로 표시됐다. 햇빛이 있는 낮 시간을 중심으로 선그래프가 불룩하게 솟아 있었다. 익스트롬 이사는 “특정 지역 발전소에 문제가 생기면 실시간으로 이 모니터에 표시된다”고 말했다.

중앙SUNDAY 창간 4주년 기획 10년 후 세상 <11> 태양광 발전

선파워는 세계 태양광 에너지 회사 중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한다. 일반적인 실리콘 태양전지가 15% 안팎의 변환효율을 보이는 데 비해, 선파워는 22%에 이른다. 변환효율이란 태양전지에 들어온 햇빛이 몇 %나 전기로 바뀌어 나오는지를 나타내는 지수다.지난해에는 선파워의 차세대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가 전환효율 24.2%를 달성해 새로운 세계 신기록을 만들었다. 지난해 매출은 22억2000만 달러(약 2조4000억원). 2009년보다 46%나 증가했다. 선파워는 태양광 발전의 경제성을 가늠하는 가격 경쟁력 지표(W당 달러)도 1.08달러에 이르렀다. 일반적으로 W당 1달러 수준이면, 화석연료 못지않은 가격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한다.

창업자 겸 명예회장 리처드 스완슨 박사에게 태양광 에너지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그는 태양광 학자 겸 사업가다. 1974년 스탠퍼드대에서 전기공학 박사 학위를 받고, 대학에서 태양전지 개발에 몰두하다 91년 종신교수직을 사임하고 사업가의 길로 나섰다. 그는 “태양광 에너지는 2030년께 전체 에너지의 20%, 21세기가 끝날 때쯤 40% 정도에 이를 것”이라며 “당분간은 원자력발전이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남겠지만 이후엔 풍력과 천연가스가 태양광과 함께 상호보완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 커져 3년 뒤엔 정부 보조 없이 발전
태양광 에너지는 최근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07년 2.6기가와트(GW)에 불과하던 세계 태양광 시장은 지난해 16.7GW까지 성장했다. 내년엔 23.8GW, 2020년에는 50GW에 이를 전망이다. 1GW는 보통 원전 1기가 생산하는 전력량이다. 태양광 시장 규모가 가장 큰 나라는 2020년까지 원전을 모두 폐쇄할 것이라고 최근 밝힌 독일이다. 독일은 지난해 세계 태양광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그 다음이 이탈리아·미국인데, 각각 1GW 규모의 태양광 시설을 갖고 있다. 이탈리아 시장은 지난해 전년 대비 75% 성장했으며, 미국은 버락 오바마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내년 19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세계 태양전지 생산능력의 50%를 차지한다.

태양광 시장은 아직 정부 보조금 없이는 다른 화석에너지와 경쟁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태양광 시장의 규모가 큰 독일과 이탈리아·미국 등도 모두 정부의 대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시장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지난해 태양광 발전에 대한 보조금이 50억 유로(약 7조80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조만간 화석연료와 태양광 발전의 비용이 같아지는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에 이르면 정부 보조금 없이 태양광 시장이 확대될 전망이다.한국태양광산업협회 이성호 부회장은 “우리나라도 2~3년 후엔 그리드 패리티에 도달하게 될 것”이라며 “그때쯤이면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는 물론 도심 내 아파트 단지와 업무용 빌딩에서도 태양전지 패널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하라 사막, 2050년 세계 전력 절반 감당
태양광 발전은 태양전지 패널을 깔아 전기를 생산한다. 그래서 넓은 면적이 필요하다. 가정용 전력이야 지붕 위 태양전지 패널 정도로 가능하지만, 산업ㆍ교통 등에 쓰이는 에너지를 생산하려면 대규모 시설이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독일·일본·미국 등 태양광 선도국들 사이엔 ‘메가 솔라’(Mega Solar:대형 태양광발전소) 건설 경쟁이 뜨겁다. 독일 작센주에선 축구장 200개 넓이의 옛 군용 비행장 터에 건설되고 있다. 최대 발전량이 40MW에 이른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애리조나주에 세계 최대 태양광발전소를 짓고 있는 애번고어 솔라 등에 20억 달러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충격을 받은 일본 정부는 획기적인 태양광 발전 계획을 세웠다. 2030년까지 태양광 발전을 통해 지금보다 15배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하는 ‘선라이즈 계획’을 지난달 발표한 것이다. 이 계획은 한국계 일본인 손정의 사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가 주도한다. 소프트뱅크와 일본 지방정부가 각각 79억 엔(약 10조6500억원)과 1억 엔(약 13억4500만원)을 투자해 대형 태양광 발전소 10곳을 건설한다. 또 일본 경제산업성은 2030년까지 일본 내 거의 모든 주택 지붕에 태양전지를 부착해 전력 생산을 2009년보다 15배가량 늘리기로 했다.

독일의 한 민간기관은 2009년 세계에서 제일 큰 사막인 아프리카 사하라에 태양광 발전소를 세우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대로라면 사하라 사막 발전소 건설에 2050년까지 5500억 달러(약 600조원)가 투자된다. 완공 시엔 인류가 필요한 전기에너지의 절반을 사하라에서 감당할 수 있다. 사막은 일조량이 어느 지역보다 많은 곳인 데다, 사람이 살지 않는 버려진 땅이어서 태양광 발전의 최적지로 꼽힌다. ‘데저텍(Desertec)’이라고 명명된 이 계획에는 독일 지멘스와 도이체방크 등 굴지의 독일 기업 40여 곳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 세계시장 점유율, 2030년 20% 목표
녹색성장을 모토로 삼은 한국은 어떨까. 2002년 처음 태양광 발전이 가정에 도입된 우리나라는 이제 시작 수준이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태양전지 생산 규모는 1.8GW였지만 2015년에는 13.6GW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원전 13기에 맞먹는 규모다. 정부가 2009년 발표한 그린에너지 전략 로드맵에 따르면 세계 태양광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점유율은 2012년 5%에서 2030년 20%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 태양광 발전 기술은 선진국의 70% 수준이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에 따르면 해외 선도기업 수준을 100으로 볼 때 국내 업체들의 기술은 폴리실리콘이 80, 실리콘 태양전지 80, 모듈 70, 시스템 70 수준이다. 가격 면에선 중국에 밀린다. 한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100으로 볼 때 중국산은 108 정도로 더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OCI(옛 동양제철화학)가 1세대 태양전지의 원료인 폴리실리콘 생산에서 세계 2위인 게 그나마 다행이다. 현대중공업은 연간 600MW의 태양광 모듈 및 전지 생산능력을 갖춘 국내 최대 태양전지 모듈업체다. 폴리실리콘에서 모듈까지 수직계열화 작업을 하는 중이다. 삼성SDI는 지난 1일 신비전 및 중장기 전략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2015년까지 2조2000억원을 투자해 판매 3GW, 매출 3조5000억원을 달성해 세계 태양전지 시장의 8%를 점유한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대학들의 연구도 한창이다. 올해 초 미국 MIT에서 경원대로 자리를 옮긴 한재희 교수는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한 태양전지를 개발 중이다. 한 교수는 5년 안에 변환효율 40%에 이르는 시제품을 개발한 뒤 10년 안에 상용화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그의 말대로라면 태양광 발전에 한 획을 그을 연구다. 그의 연구논문은 지난해 9월 네이처 머티리얼스라는 학술지에 소개됐다. 건국대는 2009년부터 세계 최고 태양광연구소인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를 유치해 연료감응형과 유기태양전지 등 차세대 태양광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프라운호퍼 연구소가 해외에 공동연구소를 설립한 것은 MIT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다.

정부의 태양전지 로드맵에 따르면 내년까지는 태양광 수출산업화 기반 구축에 주력하는 것이다. 2020년까지 대규모 실리콘 결정질과 박막 태양전지 양산으로 화석연료 수준의 경제성을 확보해 수출시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2030년까지는 원전 수준의 경제성을 확보해 화석연료 대체시장 형성을 촉진한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4000억원을 지원한다.태양광 발전 설치 분야도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3월 통과된 신재생에너지 촉진법에 따라 한국전력 등 대형 발전사업자들은 향후 5년간 총 1200MW의 태양광 발전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2002년부터 10년간 설치된 태양광 발전량은 500MW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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