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현대인의 손저림증, 생활 속 유발 요인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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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재활의학

인간은 손을 사용하는 존재이다. 지구상에서 인간은 유일한 이성적 존재이지만, 이러한 이성의 힘도 인간의 손을 거치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눈부신 문명을 이룰 수 없었을 것이다. 이렇듯 중요한 손을 사용하는데 장애가 발생한다면 일상생활을 하는데 큰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 50대 주부인 박 모 씨는 수년 전부터 손가락이 화끈거리고 감각이 둔해지는 증상이 있었으나 최근 들어서부터 물건을 자주 떨어뜨리고 조금만 자전거를 타거나 운전을 해도 손이 저리는 고통을 겪고 있다.
#20대 직장인인 김 모 씨는 사무직 회사원으로 회사에서 주로 컴퓨터 업무를 하며 평소에 스마트폰을 자주 애용하는 편인데 근래에 들어 오른손이 저리고 감각이 둔해지는 증상을 겪고 있다.

이상의 예들은 수근관증후군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환자들의 사례로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수근관증후군은 가사일로 손목을 많이 사용하는 40~50대 주부에서 호발하는 질환이나 최근에는 장시간 컴퓨터를 사용하는 직장인 그리고 휴대폰이나 스마트폰 등 통신기기를 자주 애용하는 젊은 세대에서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환자들은 말초혈액순환 장애로 오인하여 혈액순환제를 복용하거나 정확한 진단을 받지 않고 방치하여 병을 키우는 경우가 흔하다.

현대인의 손저림증 '수근관증후군'이란?

손목에 위치한 수근관에는 신경이 지나가는데 이 수근관 속의 공간이 좁아지면서 신경이 눌리게 되면 손저림과 감각저하 및 마비증상이 생긴다. 수근관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손등 쪽에는 여러 개의 조그만 손목뼈들이 서로 맞물려 아치형태를 이루며 이 뼈들이 손바닥 쪽에서 단단한 인대로 연결되어 소위 ‘수근관’이란 터널을 형성한다. 터널 안에 손가락을 움직이는 여러 개의 힘줄과 ‘정중신경’이 지나가는데 컴퓨터를 많이 쓰는 사무직, 음식업, 건설업 근로자 및 가정주부와 같이 반복적으로 손목을 쓰는 경우 이곳의 인대가 두터워져 신경을 누르게 되면 증상이 발생한다. 그 외에도 감염이나 외상으로 인한 손목부종 그리고 갑상선 기능 저하증, 당뇨병, 손목 관절염, 임신, 비만 등과 동반되어 나타날 수도 있다.

수근관증후군 의심되는 증상은?

대부분의 환자에서 손가락(무지, 검지, 중지 등)의 둔한 느낌과 저림을 호소하며 타는 듯한 통증 및 근력저하가 동반될 수 있다. 초기에는 주로 손가락 끝부분에서 증상이 발생하여 저절로 호전되기를 반복, 만성화되며 특히, 밤에 증상이 심해져서 자다가 일어나 손이 저려 흔드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질병이 더욱 진행하면 어깨 아래까지 뻗치는 통증이 발생하고 엄지두덩의 근육이 위축되면서 근력이 저하되어 물건을 집다가 떨어뜨리거나 옷의 단추를 잠그지 못하는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

수근관증후군 자가진단 및 치료는?

수근관증후군 자가진단으로는 양쪽 손목을 손등이 서로 맞닿도록 하여 구부린 상태에서 1분 이내에 무지, 검지, 중지를 중심으로 저린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나, 손목 가운데 부위의 정중신경이 지나는 부분을 검지와 중지로 톡톡 칠 때 저린 느낌이 손으로 뻗친다면 수근관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다.

또한 병원에서 근전도 검사 및 신경전도속도를 검사하는 것은 수근관증후군을 확진하는 가장 유용한 검사로서 압박 받는 신경부위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고, 다른 신경계 질환과의 감별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질병 초기에는 소염제나 스테로이드 등의 약물치료와 고정요법, 물리치료로 좋아질 수 있으며 일시적 단기요법으로 수근관내 스테로이드 주사도 고려할 수 있으나 이상의 치료에도 효과가 없다면 신경을 누르고 있는 인대를 절제하는 수술적 감압술을 시행하게 된다.

수근관증후군으로 인한 손저림증은 진단하기만 한다면 쉽게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병이 어느 정도 진행하면 약물이나 수술적 치료를 받더라도 비가역적인 신경손상이 남게 되어 영구적인 감각저하나 무지의 근력저하가 남을 수도 있다. 따라서 손저림증이 있는 경우 가능한 빨리 정확한 진단 및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전문의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수근관증후군은 손목의 잘못된 자세와 무리하게 반복된 동작으로 발생하므로 재활의학과에서는 신체의 올바른 정렬과 손목의 위치를 조정하여 손목에 받는 압력을 줄여주는 손목 운동을 시행한다. 또한 증상을 유발하는 손목 동작을 교정하고 생활환경을 개선하여 질병의 예방 및 완화에 일차적 목적을 둔다.

컴퓨터 사용시 손목이 굽혀지지 않도록 평행을 유지하며 마우스는 장시간 과다한 사용은 피한다. 손빨래처럼 손목에 무리를 많이 주는 가사활동을 피하고 부득이 손을 계속 사용해야 하는 경우, 손목보호대를 착용하고 양손을 균등하게 사용하며 대략 50분 작업 후에는 10분 가량씩 자주 손을 쉬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자주 손등과 손바닥 마사지를 하고 한쪽 팔을 수평으로 뻗어 손가락과 손등을 반대쪽 손으로 수초 가량 아래로 당기는 스트레칭을 자주 한다.

만약, 저린감이나 통증을 느끼게 되면 하던 일을 잠시 중단하고 휴식을 취하며 따뜻한 물에 손을 넣어 10분 가량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는 것도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대한재활의학회 제공>

도움말 주신 분들
: 박동식(한림대 강동성심병원), 권희규(고려대 안암병원), 김창환(인하대학교병원), 김혜원(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박윤길(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서정환(전북대학교병원), 손민균(충남대학교병원), 이성재(단국대학교병원).

* 가까운 재활의학과 진료병원에 관한 정보는 대한재활의학회 홈페이지 (http://www.karm.or.kr)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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