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곤, 사이버 공격 받으면 미사일 대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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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 국방부가 국가 기간망을 흔드는 외부의 사이버 공격을 전쟁행위로 간주, 미사일 공격 등 무력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지난달 31일 “펜타곤이 처음으로 사이버 공격에 대한 대응전략을 마련했다”며 “이달 중 최종안의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펜타곤이 마련한 사이버 전략 보고서는 총 30쪽으로 이뤄졌으며, 기밀로 분류되지 않은 12쪽 분량이 이번에 공개됐다.

 대응전략의 골자는 사이버 공격을 전쟁행위로 규정하고, 재래적 방식의 무력으로 대응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결정은 미국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잠재적 적성국에 대한 경고 성격이 짙다. 펜타곤은 100개가 넘는 외국 해커세력이 미국 네트워크 침입을 노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중국의 사이버부대에 대해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해커의 사이버 공격이 원자력발전소·지하철·송전선 등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적대적 국가의 군사 공격만큼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라 펜타곤이 사이버 전략을 마련했다고 WSJ는 분석했다.

 미군의 한 관리는 “만일 적국이 (사이버 공격으로) 전력을 차단한다면 우리는 그들의 중공업단지를 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전망 차단과 같은 컴퓨터 네트워크 공격은 선전포고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사이버 미사일’로 불리는 스턱스넷(자동제어시스템 교란 바이러스)의 확산, 지난달 21일 발생한 미국 최대 군수업체 록히드마틴에 대한 해킹 등 일련의 사건이 사이버 전략의 필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사이버 공격의 진원지를 정확히 짚어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사이버 공격에 대한 전쟁 구성요건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도 예상된다고 신문은 전했다. 실제로 록히드마틴에 대한 해킹도 당국과 해킹 전문가들이 공조해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범인을 특정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상태다. 최근 사이버 공격이 소셜네트워크 툴을 사용하는 등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어 데이터 흔적만으로는 공격자와 장소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펜타곤 내에서도 전쟁행위로 간주할 수 있는 사이버 공격 범위를 어디까지 정할지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사이버 공격이 사망 등 인명 피해, 시설 파괴나 파손, 고도의 방해행위 등을 초래할 경우 전쟁행위로 간주될 수 있을 것으로 여기고 있다.

 한편 워싱턴 포스트는 펜타곤이 적성국의 컴퓨터 네트워크를 파괴할 수 있는 컴퓨터 바이러스 등 사이버 무기를 개발해 수개월 전부터 실전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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