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잊으면 안 돼”… 두 번째 한국전쟁 책 낸 영국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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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을 다룬 책을 낸 ‘더 타임스’ 서울 주재 기자 앤드루 새먼. [연합뉴스]

“한국전쟁은 잊혀져서는 안 됩니다. 계속 연구되고, 회자되고, 기억되어야 합니다.”

 영국 더 타임스의 서울 주재 기자인 앤드루 새먼(44)이 한국전쟁의 생생한 기록을 담은 책을 펴냈다. 새먼은 1일 새 책 『폐허 위에 내린 검은 눈(Scorched earth, black snow)』의 런던 출간에 맞춰 서울 정동 영국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흔히 한국전쟁을 잊혀진 전쟁이라고 표현하는데 이는 뒤이어 베트남전을 치른 미국의 시각을 반영한 것일 뿐”이라며 “한국전쟁은 세계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대목인데 주요 참전국인 영국과 호주에서는 크게 조명되지 않았다”고 집필 이유를 밝혔다.

 그는 2009년 임진강 변의 설마리(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소재) 전투를 기록한 『마지막 한 발』을 냈다. 이번 책은 1950년 8월 말 영국군 27여단이 한국 땅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1·4후퇴까지를 참전용사의 눈으로 그렸다.

27여단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에 파병된 유엔 연합군이다. 홍콩에 주둔해있던 27여단은 부산항으로 들어와 미군과 함께 북진했다. 파죽지세로 밀고 올라간 그들이 마주한 건 중공군의 인해전술이었다. “거대한 산이 움직이는 것처럼” 접근해온 엄청난 수의 중공군은 공포 그 자체였다. 영하 30도의 얼어붙는 듯한 추위와 북한땅의 험준한 산악지형도 연합군의 사기를 꺾었다. 하지만 그들은 사력을 다해 싸웠다.

 새먼은 “네 가지 이유에서 한국전쟁은 대단히 중요한 사건”이라고 했다. 먼저 ‘이빨 빠진 호랑이’로 전락했던 중국이 참전을 계기로 ‘세계적 수퍼파워’로 등극했고, 북한에서 휴전 이전까지 70여 만 명이 월남한 바람에 북에는 대부분 강성 공산주의자만이 남아 김일성이 자기만의 왕국을 세울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또 남한은 1·4후퇴 때 한반도를 통일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고, 마지막으로 험준한 북한의 산악지형에서 고전한 미국은 다른 공산국가에 대한 군사적 응징을 꺼리게됐다는 것이다.

 『폐허 위에 내린 검은 눈』이란 책의 제목은 네이팜탄 때문에 검은 눈이 내린 한반도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새먼은 2년간 영국·호주·한국의 참전용사 90명을 직접 인터뷰해 전쟁의 참상을 그렸다. 당시 종군기자들이 찍은 사진을 함께 담아 생생함을 더했다.

이에스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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